프로축구 K리그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 은퇴를 선언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설기현(36)이 "지도자 생활은 감독부터 하고 싶었다" 며 '제2의 축구 인생'도 성공적으로 열어가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축구가 있고 그런 부분들을 많이 정리해놨다" 며 "코치로 시작하면 그런 축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축구를 팀에 바로 입힐 수 있는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뛴 설기현은 올해부터 성균관대 축구부 감독 직무대행을 맡아 팀을 지휘하게 됐다.

그는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에 따른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며 "사실이 어찌 됐든 매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비쳤다면 그런 지적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하게 돼 당황한 가운데서도 제 결정을 존중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신 인천 김도훈 감독님을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설기현은 은퇴는 갑작스러웠지만 지도자 준비는 충실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지도자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다" 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2012년에 인천 오면서부터 항상 은퇴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며 "감독부터 지도자를 시작하려면 대학팀이 적당하다고 여기고 있던 상황에서 성균관대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로서 할 만큼 했고 체력적인 한계도 느꼈다"며 "은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을 때 하는 것이 맞는다고 평소 생각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시점이 요즘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전날 성균관대 선수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설기현은 "대학 선수들이지만 프로 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했다"고 소개하며 "유럽에서는 그 나이에 한창 프로 선수로 뛸 때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어리다거나 부족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어디서 아버지 없다는 소리 듣지 마라'고 항상 말씀해주신 어머니(김영자 씨)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현명한 와이프(윤미 씨), 항상 힘을 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