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비리 '원 스트라이크 아웃'…관용 없다"
#1. 국내 택견계를 장악했던 이모 전 대한택견연맹회장은 차명계좌 63개에 실제 활동 사실이 없는 순회코치·심판 수당을 지급했다가 다시 인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13억3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회장은 이를 고급차량 구입, 자녀 유학, 생활비 등에 쓴 혐의로 지난 2일 구속 기소됐다.

#2. 모 대학팀 유도 감독 A씨는 자신의 아들이 소속된 고교팀이 출전한 전국중고연맹전에서 상대팀 지도자들에게 기권, 져주기 등을 의뢰해 승부를 조작했다. 결과는 아들 소속팀의 우승. A씨는 조작된 우승 실적으로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아들을 특례입학시킨 혐의를 받아 검찰에 송치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올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통해 체육계 비리를 조사한 결과 국가대표 지도자·임직원 등이 총 36억원 규모의 횡령,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 같은 체육계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예산 횡령 지도자 영구 퇴출

"스포츠 비리 '원 스트라이크 아웃'…관용 없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사진)은 28일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지난 2월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스포츠 비리 제보를 직접 접수한 결과 현재까지 269건이 접수돼 이 중 118건이 종결됐다”며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종결된 118건 가운데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한 게 2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것은 2건이었으며 감사 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한 25건이 포함됐고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됐다. 정부가 규정한 스포츠 4대악은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승부조작·편파판정 △폭력·성폭력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김 차관은 “그동안 관련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하고 1000개에 가까운 금융계좌의 거래 내역 40만건 이상을 분석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벌였다”며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체육 비리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의 제도화 △체육단체 재정의 투명화 △학교 운동부의 음성적 비용구조 양성화 △체육 비리 전담 수사기구 상시화 등 네 가지 원칙을 규정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먼저 조직 사유화를 기반으로 한 예산 횡령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해 관련자를 영구히 퇴출하고 형사 기소된 직원은 직위 해제 조치하기로 했다. 결산 세부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승부조작이나 횡령 등 비리 발생 경기단체에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비를 포함한 경기단체 국고 보조금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하기로 했다.

◆스포츠 비리 전담 수사반 신설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에 연루된 학교 운동부에는 신입생 모집 또는 경기 출전 제한 등의 징계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차관은 “학교 운동부가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갈 때 학생 1인당 평균 부담액이 200만원에 이르고 전지훈련비의 90%를 학부모가 부담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앞으로 초·중·고교 운동부의 외국 전지훈련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특기자 전형에는 수능이나 내신 성적을 반영하도록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에 권장해 감독 등이 임의대로 선수를 선발하는 권한을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또 상시적인 수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찰청에 ‘스포츠 비리 전담 수사반’을 신설할 예정이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인력만으로는 체계적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체육 비리 전담 수사반을 운영해 체육 비리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계는 환영과 우려의 뜻을 동시에 나타냈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가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오랜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체육계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쪽으로 가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