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긴 숙제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안 운동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돌직구’를 날렸다. 권경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발끈했다. “동의할 수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도 열일곱 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되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배우려고 몇몇 나라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 굉장한 모욕이다.”

미숙한 운영과 문제점을 논의해보자며 마련한 자리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듯했다. 권 사무총장은 비판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기자회견을 끝냈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이 국가적인 행사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망치려 든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조직위의 운영 미숙은 이미 가리고 싶다고 가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회 초반부터 성화가 꺼지더니 경기장에 빗물이 샜다. 셔틀버스가 충분하지 못해 선수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도 벌어졌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떠 넘기기’도 다반사였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조직위 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중국 일본 홍콩 등의 외신들도 연일 비판기사를 냈다.

초반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대회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어느 정도 운영에 안정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경기장별로 충분한 시나리오를 짜 상황별로 예행 연습을 하는 등 더 철저히 준비하고 내부 소통을 강화했더라면 대회 참가자들과 응원단의 불편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회 진행을 지켜보면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과거 대형 국제대회를 치르며 쌓은 운영 노하우가 제대로 축적돼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미흡했던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의 대회 운영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국내에서 치러질 주요 대회의 운영 주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회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정보공유도 필요하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제 3년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최만수 인천/문화스포츠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