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브라질·아르헨 등 격파…월드컵 최강자로 우뚝

전차군단 독일이 역대 최초로 미주 대륙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유럽 국가가 되면서 세계 축구사의 새로운 장을 활짝 열었다.

독일은 14일(한국시간)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는 동안 18골을 터뜨렸고 5실점에 그치며 가장 성공적인 대차대조표를 작성했다.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독일은 이제 진정한 1인자의 자리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 7전 6승1무…완벽한 정상 등극
독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0으로 완파하면서 전차군단의 시동을 힘차게 걸었다.

가나와 2-2로 비겨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미국을 1-0으로 따돌리며 가뿐히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복병 알제리를 만나 고전하다가 강팀의 품격을 보여주며 연장 접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독일은 유럽 맞수 프랑스와의 8강에서 1-0 신승을 거두고 오른 4강에서 그간 감춰왔던 발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영원한 우승 후보인 주최국 브라질을 맞아 전반에만 다섯 골을 퍼부은 끝에 7-1 압승을 거두며 브라질을 도탄에 빠뜨렸다.

독일의 막강한 화력만큼이나 브라질의 허술한 뒷문도 부각됐지만 분명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첩이었다.

이어 이날 대망의 결승에서 독일은 '주최 대륙 국가 우승'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아르헨티나를 맞아 쉽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

4강전에서 보여준 독일의 공격력을 경계한 아르헨티나는 수비선을 끌어내렸다가 빠른 역습으로 반격하는 전술을 들고 나와 독일을 괴롭혔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승부차기로 가는 듯했던 연장 후반 8분, 마침내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의 천금 같은 결승골이 터지면서 독일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 2인자에서 1인자로…유럽 강세의 선봉
이번 우승으로 독일은 그간 세계적으로는 브라질, 유럽 내에서는 이탈리아에 밀려 2인자에 머무르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최강'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화려한 업적을 일궈냈다.

우선 통산 5회로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브라질에 한 발짝 다가섰고 이탈리아와 나란히 유럽 최다 우승 국가가 됐다.

결승 진출 횟수는 통산 8번째로 브라질(7차례)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2010년 남아공 대회 때까지 브라질이 60년 이상 독주해오던 월드컵 본선 통산 득점에서도 224골로 브라질(221골)을 따돌렸다.

아울러 조별리그 1차전에서 본선 통산 100경기를 달성, 세계 최초로 '센추리클럽'의 시대를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은 2006년 이탈리아, 2010년 스페인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유럽 국가 우승의 맥을 이음으로써 유럽 축구의 강세를 재확인했다.

특히 처음으로 미주 대륙, 그것도 브라질에서 우승한 유럽 국가가 되면서 1958년 스웨덴 대회 우승컵을 가져갔던 브라질에 56년 만에 유럽을 대표해 앙갚음했다.

◇ 압박·역습에 티키타카 가미…프로리그 선전도 한몫
이번 월드컵은 전통적 축구 강호들의 몰락과 신예 혹은 중간급 국가들의 대약진으로 기억될 대회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대회 초반부터 몰락하면서 충격을 준 동시에 콜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등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변혁의 바람이 거센 와중에 독일이 꿋꿋이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자기혁신 덕분이었다.

과거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도 받았던 독일 축구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급격한 몰락을 경험한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체화하면서 강해졌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힘, 높이, 체력을 강조하던 기존의 선 굵은 독일 축구에 티키타카를 가미했다.

체력을 앞세운 강력한 전진 압박, 속도를 강조한 빠른 역습에 스페인 축구의 장점인 높은 점유율과 섬세한 패싱을 가미하면서 독일은 당대 최강의 팀을 완성했다.

여기에는 자국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고공행진도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의 전성기는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두 분데스리가 클럽이 격돌했던 때부터 예견됐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각 4강과 8강까지 오르면서 강세를 유지했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대회에 무려 15명의 출전자를 배출, 세계 최강의 클럽임을 입증했다.

7명씩 내보낸 클럽도 도르트문트, 샬케04, 볼프스부르크 등 세 곳이나 된다.

독일 대표팀도 23명 중 17명을 분데스리가 출신으로 채워 빼어난 조직력의 밑바탕을 그렸다.

더욱이 바이에른 뮌헨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티키타카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인물이어서 독일은 프로리그 수준에서부터 정교한 축구를 이식받을 수 있었다.

◇ 다음 목표는 2016년 유럽 정복, 2018년 월드컵 2연패
축구의 정신적 고향이라 불리는 브라질에서 정상을 차지한 독일의 다음 목표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와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참여국의 폭이 넓어 초반 경쟁이 다소 느슨한 월드컵과 달리 유로는 처음부터 강호들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는 대회다.

스페인은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우승에 이어 유로 2012까지 휩쓸면서 '무적함대'의 시대를 누린 바 있다.

독일은 4년 뒤 월드컵마저 우승한다면 지금까지 이탈리아와 브라질만 해낸 월드컵 2연패에 성공하는 동시에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으로 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진정한 1인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독일 전차군단의 위풍당당한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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