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혁(오른쪽)이 13일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출발에 앞서 응원 나온 여자친구 양수진(왼쪽), 캐디 김강 씨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김승혁(오른쪽)이 13일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출발에 앞서 응원 나온 여자친구 양수진(왼쪽), 캐디 김강 씨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캐디는 경기장에서 캐디백만 나르는 사람이 아니다. 코스 상황과 남은 거리 등을 알려주고 그린에선 어떤 방향으로 공을 굴릴 것인지까지 알려주는 조력자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돕는 ‘심리치료사’ 역할까지 맡는다. 이처럼 캐디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전문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를 위한 캐디들의 숨은 노력도 빛났다. 가족 연인 지인, 심지어 군대 선임도 캐디로 나서 갤러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꽃미남이자 소문난 장타자인 김태훈(29)은 아버지가 캐디를 맡고 있다. 아버지 김형돈 씨(53)는 축구 선수로 활약했고, 큰아버지가 해태 타이거즈 선수를 지낸 김준환 원광대 야구부 감독(59)으로 이름난 스포츠 가족이다. 김태훈은 지난 몇 년간 지독한 드라이버 입스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려 했다. 그때 김태훈을 다시 일으켜세운 사람이 아버지였다.

김태훈은 “필드에 나가면 외롭고 힘들어 심적으로 안정이 필요한데 그때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형돈 씨도 “캐디백을 메고 다니는 게 고되지만 성적이 좋고 나쁨을 떠나 아들과 함께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여자친구만큼 좋은 사람도 없다. 호주 출신 매튜 그리핀(31)의 캐디는 그의 여자친구 엘리자베스 존스턴(28). 이미 호주 투어와 지난 6월 열린 군산CC오픈에서 캐디로 활약했다. 서울대 어학당에서 공부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존스턴은 “다리가 아프지만 점점 적응하고 있다. 경기 중엔 남자친구와 골프 외적인 이야기를 하며 긴장감을 풀어준다”며 웃었다.

미남 골퍼 홍순상(33)과 캐디 신경훈 씨(34)는 보기 드문 해병대 콤비다. 해병대 골프장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신씨는 전역 후 골프장 관리병으로 생활하던 홍순상을 알게 돼 2008년부터 캐디 생활을 시작했다.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해병대 선배를 캐디로 두고 플레이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신씨는 “홍순상 선수와는 워낙 친한 사이여서 해병대를 떠나 의형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씨는 오는 8월께 개장 예정인 자신의 골프숍 때문에 당분간 홍순상과 같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홍순상의 캐디백을 멜 생각이다. 홍순상은 “단순히 오래 지냈다고 좋은 캐디라고 할 수 없다”며 “경기 중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조언해주고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기 외적인 관계까지 도맡아주는 최고의 캐디”라고 자신의 캐디를 치켜세웠다.

여자친구의 캐디와 경기를 치른 선수도 있다. KPGA 선수 김승혁(28)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양수진(23)은 올해 초부터 교제 중이다. 일본에서도 활동하는 김승혁은 한국에 따로 캐디를 두지 않아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양수진의 캐디 김강 씨(31)와 호흡을 맞춘다. 골프로 맺어진 인연 덕에 마음 맞는 캐디와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양수진은 4라운드 내내 김승혁을 따라다니며 응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