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의 우승컵을 놓고 주말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72·7086야드)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날 선두권은 1타차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문경준(32)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합계 10언더파 134타를 기록,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전날 선두였던 2위 황중곤(22)과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이 1타차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강풍 최대 변수로 등장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 선수권대회] 바람의 심술, 혼전 속으로…선두권 1타차 박빙 경쟁
하늘코스는 예상대로 강한 바람이 선수들의 성적을 갈랐다. 바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오전에는 좋은 스코어가 나온 반면 홀에 꽂힌 깃대가 휘어질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분 오후에 출발한 선수들은 타수를 줄이는 데 애를 먹었다.

이날 오전에 플레이한 선수 가운데 박일환(22)과 석종율(45)이 각각 7언더파 65타, 문경준과 이형준(22)은 나란히 5언더파 65타, 문도엽(23), 이태희(30), 채범근(23), 이태규(41) 등은 4언더파 68타를 치며 좋은 스코어를 냈다.

반면 오후조는 7언더파 65타를 몰아친 최호성(41)과 5언더파를 친 매튜 그리핀(호주), 박상현, 4타를 줄인 박효원(27)을 제외하고 4언더파보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없었다.

첫날 8언더파를 몰아쳐 공동선두에 나섰던 황중곤은 이날 강풍이 분 오후에 플레이하며 1타를 줄이는 데 그쳤고 역시 공동선두였던 박준원(28)도 오후에 2타를 잃고 합계 6언더파 공동 8위로 내려갔다.

바람을 이용해 짧은 홀에서 호쾌한 장타를 노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0번홀(파5)은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어 잘라가는 홀인데 뒷바람이 불자 김태훈 등 장타자들은 ‘2온’을 시도했다. 짧은 파4홀 11번홀(361야드)에서 허인회(27)는 뒷바람이 불자 드라이버를 꺼내들고 ‘1온’을 시도했다가 티샷 미스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 '연습생 신화'를 향하여… > 11일 야마하·한국경제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 나선 문경준이 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 '연습생 신화'를 향하여… > 11일 야마하·한국경제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 나선 문경준이 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문경준, 연습생 신화 일궈낼까

2라운드 단독 선두에 나선 문경준은 스카이72 하늘코스 연습생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테니스를 하다가 고교 1학년 때 접었다. 경기대 체육학과 2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접한 뒤 뒤늦게 프로 골퍼의 길을 택했다. 문경준은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 뒤 시드전을 준비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하늘코스에서 연습생으로 일하면서 연습했다. 문경준은 “2009년까지 스카이72 골프장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대회도 나가면서 이곳에서 일도 했다”며 “편안하고 친숙한 코스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때보다 나무도 많이 자라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이틀 연속 5언더파를 친 문경준은 “바람과 함께 그린스피드에 적응하는 것이 우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적응해야 할 요소라고 본다”며 “승부처는 페어웨이와 그린이 좁고 긴 17, 18번홀”이라고 말했다.

문경준은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때도 첫날 선두였다가 3, 4라운드에서 연거푸 81타, 80타를 치며 공동 53위로 미끄러졌고 지난주 군산CC오픈에선 1, 2라운드 선두를 달리다 3, 4라운드에서 연속 75타로 부진하며 공동 13위에 그쳤다.

문경준은 “우승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멘탈적으로 긴장하는 것 같다. 내 스스로의 경기에 대한 만족감과 개인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4라운드 동안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한 적이 없는데 이번 대회에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각양각색의 퍼터와 퍼팅 그립 눈길

남자 선수들은 퍼팅할 때 다양한 그립과 퍼터를 이용한다. 여자 선수들은 모두 표준형 퍼터와 일반적인 퍼팅 그립으로 퍼팅을 하지만 남자 선수들은 다르다.

특이한 그립으로는 집게 그립을 하고 있는 박도규(44)와 장동규(26)가 있다. 집게 그립은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퍼터 샤프트를 끼고 퍼팅을 한다. 최근에는 그립을 두껍게 한 퍼터가 프로들 사이에 유행이다. 그립이 두꺼우면 손목 사용이 억제되는 장점이 있다. 문경준, 최호성 등이 두꺼운 그립을 사용 중이다. 미국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최경주는 오래전부터 ‘홍두깨 그립’ 퍼터를 쓰는 대표적인 선수다.

롱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도 자주 눈에 띈다. 가슴이나 배에 퍼터 그립을 고정한 채 빗자루로 쓸듯이 퍼팅한다. 김종덕(53)이 원조격이고 이태희(30), 마관우(24), 손준업(27) 등이 롱퍼터를 쓰고 있다. 롱퍼터는 2016년부터 투어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퍼팅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남자 대회장에서 프로들의 퍼팅을 보면서 해법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편 지난해 챔피언 김형태(37)는 합계 3언더파 공동 24위, 올 시즌 2승을 거둔 김우현(23·바이네르)은 합계 2언더파 공동 35위, 김대섭(33)은 합계 1언더파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김태훈은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OB가 난 데 이어 그린에서 짧은 퍼트를 놓치며 ‘4온3퍼트’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합계 3언더파 공동 24위로 밀렸다.

영종도=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