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한경 2014 KPGA 선수권대회] "바람과의 싸움…'양탄자' 페어웨이 샷감 좋네요!"
“최고의 코스 상태다.”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와 비슷한 느낌이다.” “스카이72GC 오션코스보다는 공략하기 수월하다.”

오는 10일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가 열리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72)를 다녀온 선수들이 최고의 코스 상태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벤트그라스(양잔디)를 심은 페어웨이는 양탄자처럼 깔끔하고 그린은 손상된 곳 없이 매끄럽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바람이 최대 변수…7~9언더파 우승권

서해안에는 오전에 바람이 거의 불지 않다가 오후에 강한 바람이 분다. 이에 따라 오전조와 오후조의 성적에 큰 차이가 난다. 2006년 하늘코스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당시 미셸 위의 티오프 시간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미셸 위는 첫날 오전 6시59분에 티오프했고 2라운드 때는 오전 11시19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미셸 위의 남자 대회 사상 첫 커트 통과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라 주최측이 미셸 위가 최대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오전에 출발하도록 배려했다는 의혹의 눈총을 받았다. 미셸 위는 주최측의 성원(?)에 힘입어 무난하게 커트를 통과했다.

선수들 역시 하늘코스에선 바람이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2002년과 2005년 KPGA선수권자인 김대섭(33)은 “하늘코스에선 바람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샷을 하면서 바람을 감안해 그린을 공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2004년 챔피언인 박도규(44)도 “바람이 변수다. 변화무쌍하게 부는 바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김태훈
코리안투어 ‘장타왕’인 김태훈(29)은 “바람이 없다고 해도 파5홀에서 ‘2온’이 되는 홀이 한 개 정도밖에 안 된다”며 “바람이 불면 사실상 2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우승 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13~14언더파 정도가 되겠지만 바람이 불면 스코어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금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박준원(28)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우승 스코어는 합계 12~15언더파, 바람이 강하게 불면 합계 7~9언더파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격적인 플레이 대신 참고 기다려야

대회를 앞둔 하늘코스의 페어웨이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카이72GC에서 대회가 자주 열리는 오션코스에는 페어웨이 잔디로 벤트그라스와 켄터키블루 품종을 섞어 심었으나 하늘코스에는 벤트그라스 한 품종만 심었다. 이에 따라 하늘코스 페어웨이에서는 볼이 떨어져도 런(run)이 많이 발생하지 않고 그린도 볼을 잘 받아준다. 즉 원하는 대로 볼을 보내기 쉽고 백스핀도 잘 구사된다는 이점이 있다.

박준원은 “페어웨이 상태가 좋고 코스가 그리 길지 않아 페어웨이에 공을 떨구기만 한다면 버디 찬스를 쉽게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티샷 낙하 지점에 벙커와 해저드 등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공격적인 플레이 대신 기다려야 한다”며 “페어웨이를 지키는 교과서적인 공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08년부터 4년간 장타왕을 지낸 김대현(26)은 “하늘코스는 바다코스와 달리 링크스코스가 아니다”며 “코스가 아기자기하고 좁아 티샷 공략을 잘해야 한다. 중간 중간에 함정이 많다”고 경계했다. 지난 5월 오션코스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한 김승혁(28)은 “하늘코스와 오션코스가 다르지만 상황이나 느낌은 비슷하다”며 “SK텔레콤오픈에서 내가 생각하는 전략과 퍼팅이 잘 맞아떨어졌듯이 하늘코스에서도 자신있는 거리에서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7, 9, 16, 17번홀 가장 어려워

선수들은 전반에 7번홀(파4)과 9번홀(파5)이 가장 어렵고 후반에는 16(파3) 17번홀(파4)이 까다롭다고 꼽았다. 김태훈은 “파4홀은 짧고 장애물이 많아 잘라 가야 하고 드라이버를 치면 안 되는 홀이 많다”며 “특히 파3홀이 길어 어렵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홀이 7번홀과 9번홀이었다”며 “7번홀에선 티샷을 잘못 치면 페어웨이에 있는 암벽이 앞을 가려 그린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코스를 재현한 하늘코스에는 곳곳에 암벽을 조성해놨다. 7번홀 페어웨이 중간에는 높은 암벽이 가로지르고 있다. 티샷이 짧으면 암벽 때문에 그린이 보이지 않게 된다. 9번홀은 이 골프장의 핸디캡 1번홀이다. 맞바람이 불 경우 세 번째 샷으로 긴 클럽을 잡아야 해 버디 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린이 해저드로 둘러싸여 있어 해저드에 빠질 위험도 많다.

‘아멘 코너’로 불리는 16~18번홀도 선수들에게 위협적이다. 박준원은 “파3 16번홀에선 왼쪽으로 미스가 나면 그린 아래로 볼이 굴러내려가 버리고 너무 크게 치면 그린 뒤가 높아 좋지 않다”며 “17번홀(파4)에선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면 그린 공략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김승혁은 “17번홀의 티샷 낙하 지점 오른쪽엔 바위가 있고 왼쪽이 러프여서 공간이 좁다”며 “티샷이 잘못되면 그린 주변의 벙커와 해저드, OB지역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골프장의 조윤희 캐디는 “17번홀은 항상 슬라이스 맞바람이 불어 여자 대회를 할 때도 거리가 짧은 선수들이 그린 공략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영종=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