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의 무서움을 경험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센터백 듀오 김영권(24·광저우 헝다),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서로 더 경기력이 성장했다며 자화자찬하고 대형 스트라이커들을 잡아보겠다고 각오를 불태우던 파주 훈련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들 수비수는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3차전을 마친 뒤 눈이 시뻘건 채로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믹시트존은 떠나는 선수들을 붙잡아 자유롭게 기자들이 질문하는 공동취재구역이다.

김영권은 "경기장에서 많은 후회를 했다"며 "준비한 것을 쏟아내지 못해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호도 마찬가지로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큰 대회를 앞두고 내가 나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자고 각오했다"며 "훌륭한 선수들을 많이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얻어맞았다.

특히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경기 초반에 수비진의 조직력이 갑자기 사라져 3골을 내준 것은 조별리그 탈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방심, 경험 부족, 기술적 미성숙 등 온갖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영권, 홍정호는 이날 열린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는 알제리전과 다른 투지를 보여줬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와 상대 공격의 활로를 미리 봉쇄하는 집중력을 유지해 지난 경기 때보다 훨씬 선전했다.

베테랑 센터백으로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곽태휘(33·알 힐랄)는 이들의 변화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털어놓았다.

곽태휘는 "국민께 희망을 선사하고 싶어 다 함께 땀을 쏟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오늘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의 투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최고의 중앙 수비수들로 평가되는 김영권, 홍정호가 이번 대회의 쓰라린 경험을 보약으로 삼아 대형 수비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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