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보다 거리응원 시민 수 다소 줄어…응원 열기는 '여전'

사건팀 = 벨기에를 상대로 한 태극전사들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거리는 또다시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알제리전 졸전의 충격과 16강 자력진출이 무산됐다는 실망감에 붉은 티셔츠를 차려입고 나선 시민의 수는 다소 줄었지만, 응원전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경기 개시를 30분 앞둔 4시 30분 현재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경찰추산 1만 5천 명,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는 경찰추산 2만 9천 명의 인파가 몰려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시민 대다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슴에 안고 응원장에 섰다.

기적을 일으키진 못하더라도 온 힘을 다한 경기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여달라는 시민도 있었다.

고교 동창 3명과 함께 영동대로에 나온 안재윤(18)씨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작으나마 희망은 있다고 본다"면서 "지더라도 지난 알제리전처럼 아쉽지 않게, 내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최근 귀국해 응원전에 합류했다는 곽상훈(20)씨도 "16강을 기원하며 오늘 유니폼까지 샀다"면서 "져도 괜찮으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밤샘응원에 나선 고교생들도 있었다.

강북구 모 고교 2학년생 김예희(17)양과 민은정(17)양은 친구 4명과 함께 전날 오후 11시 30분부터 대형 태극기를 두른 채 광화문 한편을 지켰다.

이들은 "기성용과 손흥민이 활약해서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승리를 가져다줬으면 좋겠다"면서 "밤샘 응원을 하고 바로 등교해야 하기에 몸은 피곤하겠지만 마지막 경기일 수 있는 만큼 혼신을 다해 응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떨쳐버리려는 듯 일부 시민은 쌀쌀한 새벽 공기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고 '코리아'(KOREA)라고 쓴 가슴을 드러냈다.

응원단 사이에선 오전 4시께 경기력 논란에 휘말린 박주영, 정성룡 선수 대신 김신욱, 김승규 선수가 각각 벨기에전 선발공격수와 골키퍼로 선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긴장감 때문인지 거리응원장 주변 상인들은 생각만큼 매출을 내지 못했다.

광화문광장 뒤편 편의점은 간식과 음료를 사려는 시민으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알제리전 당시처럼 계산대 앞에 줄이 길게 늘어지지는 않았다.

치킨과 응원도구 등을 파는 상인들도 울상이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응원도구를 팔던 김모(60·여)씨는 "확실히 알제리 경기 때보다 손님이 없어서 지난번의 절반도 못 팔았다"고 말했다.

영동대로에서 돗자리 등을 파는 장모(32)씨는 "오늘은 시민이 자정께부터 모이기 시작해 오후 8시부터 시끌벅적했던 알제리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한편 붉은색 물결 사이로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의 노란 리본 모양 스티커를 가슴에 붙인 시민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 응원장 인근에선 세월호 침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오상원(21)씨는 "어젯밤에는 강남에서 서명을 받았는데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760여 명이 서명해주셨다"며 "광화문은 이보다 호응도가 더 높은데 응원해주셔서 정말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