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레스가 잉글랜드를 때려 부술 만큼 괜찮다고 한다."(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 헤드라인)

"수아레스는 나폴리의 마라도나 같은 존재다."(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

"아! 안돼! 수아레스가 출전한다고 한다."(영국 대중지 데일리 미러 헤드라인)

우루과이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에게 잉글랜드가 느끼는 공포가 호들갑을 떨던 만큼 딱 그대로 실현됐다.

수아레스는 2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D조 2차전에서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

이날 경기는 잉글랜드와 우루과이의 경기라기보다는 잉글랜드와 수아레스의 경기에 가까웠다.

잉글랜드가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으나 수아레스는 두 차례 결정적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해 우루과이에 승리를 선사했다.

사실 잉글랜드는 수아레스가 이런 활약상을 펼칠 가능성을 이미 우려하고 있었다.

수아레스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38라운드제가 도입된 뒤 최다골인 31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를 때부터 공포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의 결정력을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리는 주말마다 지켜본 만큼 적이 됐을 때의 두려움도 커진 것이다.

수아레스가 시즌 후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잉글랜드 언론은 16강 전망이 밝아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가 재활 기간이 길지 않아 월드컵에 출전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비관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기도 했다.

대중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상업 언론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대표팀 구성원들도 수아레스에 대한 경외심을 노출했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아레스를 과거의 슈퍼스타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비교하기도 했다.

마라도나가 이탈리아의 작은 구단 나폴리를 이탈리아와 유럽 정상으로 이끈 것과 비슷한 독보적 역량을 지닌 선수가 수아레스라는 평가였다.

호지슨 감독은 이날 경기를 예언하듯 "축구도 결국에는 특별한 사람이 결정하기 마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주장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는 브라질로 건너오기 전 "수아레스가 부상 때문에 나오지 않는다면 잉글랜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가 굴욕적 태도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날 1-1로 맞선 후반에 우루과이 골키퍼의 롱킥을 머리로 받아 뒤로 흘리는 바람에 수아레스가 결승골을 터뜨리도록 빌미를 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호지슨 감독을 향한 잉글랜드 기자들의 주요 질문에도 수아레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수아레스를 막을 계획이 도대체 무엇이었나', '잘 아는 잉글랜드 리그의 득점왕에게 왜 거푸 골을 내줬느냐', '수아레스의 부상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확인했느냐' 등의 질문에 호지슨 감독은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