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은 승리를 놓치긴 했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제 태극전사들은 '아프리카의 복병' 알제리를 잡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의 '희망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9일 브라질 이구아스 베이스캠프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치르며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

태극전사들은 전날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3분 터진 이근호(상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의 표정에는 사령탑의 전술에 맞춰 계획대로 경기를 치렀다는 만족감이 묻어 있었다.

물론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는 홍 감독의 말대로 되긴 했어도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선제골을 넣은 지 6분 만에 실점하는 장면에서는 집중력 부재가 뼈아팠다.

문전혼전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심판진을 향해 오프사이드라며 손을 드는 과정에서 볼과 상대 선수에 대한 집중력을 잠시 잃은 게 실점의 원인이었다.

홍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대표팀의 코치로 참가해 스위스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불거진 '오프사이드 논란'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주심이 휘슬을 불기 전까지 플레이를 계속해야 한다는 원칙을 잠시 잊은 선수들의 행동이 아쉬운 대목이다.

아쉽지만 귀중한 승점 1을 챙기고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돌아온 태극전사들은 러시아전 교훈을 발판 삼아 '알제리 사냥'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러시아전을 마친 홍명보호 코칭스태프는 곧바로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가 준비한 분석자료를 토대로 '알제리 공략법' 마련에 들어갔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필승 해법'을 찾으려고 지난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치러진 알제리-루마니아 평가전을 직접 관전했다.

18일 벨기에를 상대로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알제리는 뛰어난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강력한 수비벽을 구축하며 경기 초반 상대를 괴롭혔다.

비록 1-2로 역전패했지만 경기 초반 역습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것은 태극전사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임이 틀림없다.

벨기에를 상대로 '승점 쌓기'를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알제리는 '2차전 패배 =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태극전사들과 맞붙을 전망이다.

한국은 1985년 12월 멕시코 4개국 친선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제리를 만나 2-0으로 승리했다.

29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재회하는 알제리는 소피안 페굴리(발렌시아)를 비롯해 최전방 공격수인 엘 아라비 수다니(디나모 자그레브)와 미드필더 나빌 벤탈렙(토트넘)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22위로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57위인 한국보다 무려 35계단이나 높아 홍명보호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구아수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