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여행객·유학생·붉은악마 "대∼한민국"으로 합세

연령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두 달랐으나 모두가 목이 터져라 한목소리였다.

"대∼한민국!"
18일(한국시간) 한국과 러시아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H조 1차전이 열린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
경기 시작 세 시간여를 앞두고 이미 붉은 태극전사 유니폼을 걸친 한국 팬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의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회원 100명은 한국에서 브라질로 원정 응원에 나섰다.

이들은 관중석 입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기장 앞에 진을 치고 응원전에 들어갔다.

반우용 붉은악마 의장은 교민들과 함께 소수정예 응원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상파울루 교민 90여명은 무려 2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육로로 쿠이아바에 도착했다.

빅매치의 긴장감 앞에 피로도 잊은 교민들은 '일당백'의 기세를 보여주겠다며 꽹과리, 징, 북 등 전통악기로 무장했다.

사또, 기생, 장군 등 알록달록한 이들의 복장은 중계 카메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규모 단체보다는 삼삼오오 지인들끼리 모여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많았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정재민(56), 정윤호(29) 씨 부자는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을 가족 여행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 정 씨는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월드컵 관전이라고 했다.

김수헌(24) 씨는 칠레 산티아고의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려고 홀로 이웃나라 브라질로 건너왔다.

그는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구호와 주술을 따로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이진영(25), 신상민(25), 장희진(29·여) 씨는 남미 여행 중에 만나 이날 응원 트리오를 즉석에서 결성했다.

이들은 따로 경기장을 찾은 다른 이들과 함께 붉은악마 응원단의 응원을 보면서 호흡을 맞춰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국내 대기업의 인턴사원들도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쿠이아바를 찾아 응원에 가세했다.

이들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상파울루까지 5시간, 쿠이아바까지 25시간 등 총 3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결전지에 도착했다.

단체 응원단에 소속되지 않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에서 3∼4명씩 찾아온 교민들도 자주 목격됐다.

국내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관중석 한 편에 자리를 잡고 응원전에 합류했다.

전체 응원은 붉은악마가 조율했다.

붉은악마는 공세와 수세, 그때그때 경기 상황에 맞춰 태극전사들의 페이스 조절을 돕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관중석 상단 구석을 점유한 이들은 '대∼한민국' 엇박자 박수, '오∼ 필승 코리아' 노래를 시작으로 고유 역량을 자랑했다.

(쿠이아바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