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악! (짝짝)"
홍명보호 태극전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튀니지 평가전과 가나 평가전에서 연패하며 선수단에 깊게 드리운 '우울의 분위기'를 털어내려는 의지가 넘쳐난다.

16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그로수 연방 대학(UFMT) 운동장. 경기장 시설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다소 흉물스러웠지만 푸른 잔디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은 경쾌했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담금질을 펼치다 지난 10일 '결전의 땅' 브라질의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넘어온 태극전사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튀니지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홍명보호는 지난 9일 마이애미에서 맞붙은 가나 평가전에서 0-4 완패를 당하며 선수들의 자신감도 추락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 분위기가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까지 들렸을 정도다.

지난 11일 우울의 그림자를 등에 붙인 채 '결전의 땅' 브라질로 입성한 홍명보호에 변화가 감지됐다.

홍명보 감독은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패배 분위기는 마이애미에 두고 왔다"는 말로 선수단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마이애미를 떠나기 전에 분위기를 전환했다.

패배 분위기는 더는 남아있지 않다"며 "사기 저하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말대로 이구아수 캠프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태극전사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재잘거림'이 들려왔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풀 때도 전체적으로 기합 소리를 넣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평가전 2연패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결전의 도시' 쿠이아바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평가전 2연패에 대한 이야기를 접고 이구동성으로 러시아전 승리를 향한 장밋빛 기대감을 부풀렸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평가전 결과에 팬들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서로 믿으면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희망을 얘기했다.

박주영(아스널) 역시 "팀이 이기는 게 나의 각오"라며 공격수로서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비공개 훈련을 마친 23명의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 중앙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둘러 모여 "파이팅"이라는 구호와 함께 승리를 다짐하며 "악!"이라는 기합을 외쳤다.

그러고는 서로를 격려라는 두 차례 짧은 박수로 러시아전 승리를 다짐했다.

연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희망을 바라보는 태극전사들의 굳은 결의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쿠이아바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