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인디펜던트 "가난에 어울리지 않은 비싼 티켓 가격 때문"

브라질이 1950년에 처음으로 월드컵을 개최할 당시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결승전이 열린 에스타디오 마라카낭 경기장에는 무려 2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리고 64년이 흐른 지금, 브라질에서 열리는 두 번째 월드컵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브라질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늘어나는 빈 좌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1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심지어 입장권이 매진된 경기에서도 TV 중계화면에 비친 경기장에는 빈 좌석이 심심치 않게 발견됨에 따라 FIFA와 조직위는 해명에 진땀을 쏟고 있다.

사실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는 브라질 사람들이기에 대회 개막 전만 해도 흥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입장권 가격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되면서 브라질 사람들의 태도도 미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스위스와 에콰도르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주경기장에는 넉넉하게 잡아도 관중석의 3분의 2 정도만 들어찼다.

현지 언론에서는 많은 관중이 경기 시작 직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길게 줄을 서서 보안 검색 절차를 밟느라 입장이 지체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고 후반전이 되어서도 경기장은 꽉 차지 않았다.

FIFA 공식 집계 결과 7만2천500명 수용 규모의 이 경기장에는 이날 6만8천35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전날 스페인-네덜란드, 잉글랜드-이탈리아와 같은 빅매치에서도 수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 개의 빈자리가 보였다.

이날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일전이 펼쳐진 마라카낭 경기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도 온라인에서는 우리 돈으로 약 12만원 정도면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인디펜던트는 이런 현상이 빚어진 원인을 브라질 국민들의 지독한 가난에서 찾았다.

비싼 티켓 가격을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 브라질 국민들이 자국팀이 나서지 않는 타국 팀끼리의 경기에까지 관심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이 매체는 풀이했다.

실제로 다음 주에 열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이란의 경기 입장권 가격은 약 19만원 정도인데, 아직 입장권의 대부분이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늘어나는 빈 좌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FIFA는 대변인을 통해 지금까지 290만 장의 티켓이 배분된 가운데 남은 티켓은 9천327장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티켓이 배분됐다는 것이 그 자체로 티켓이 팔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디펜던트는 "각국 축구협회에 배분된 티켓 가운데 상당수가 판매되지 않고 되돌아온다"면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의 경기에 배분된 티켓 2천500장을 신속하게 팔았지만 이탈리아는 그들에게 할당된 티켓 가운데 200장만 판매하고 나머지는 반납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