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렌지군단'의 확실한 해결사로 자리잡으며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다.

판 페르시는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B조 1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0-1로 뒤진 전반에 한 골을 터뜨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나서 3-1로 앞선 후반에 쐐기골까지 박았다.

두 차례 모두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를 철저히 농락하고 뽑아낸 골이라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판 페르시는 전반 44분 중원에서 날아온 긴 패스를 그림 같은 헤딩으로 연결해 카시야스를 꼼짝도 못하게 묶고 무너뜨렸다.

그는 후반 27분에는 페널티지역에서 카시야스에게 달려들어 볼을 빼앗아 텅 빈 골문에 손쉽게 밀어넣었다.

네덜란드는 월드컵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못하고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2인자로 여겨졌다.

최전방에서 확실히 한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도 그런 평가가 나오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가 세대교체를 실시해 전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가 4강 후보로 꼽힌 것은 최근 들어 몰라보게 기량이 완숙해진 판 페르시가 버티는 최전방의 무게 때문이었다.

판 페르시는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2008년,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나서며 토너먼트의 감각을 익혔다.

그는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무려 30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전성기에 도달한 데다가 최고 컨디션을 지니고 브라질로 건너온 판 페르시가 '만년 2인자' 네덜란드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우바도르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