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브라질 빈민단체가 시위 중단을 선언했다.

빈민단체 '집 없는 노동자 운동'(MTST)의 길례르미 보울로스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월드컵 기간 시위를 중단하기로 연방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상파울루 시 동부지역에 2천 채의 서민주택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MTST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울로스 위원장은 기자회견 도중 지우베르투 카르발류 대통령실장과 전화 통화를 해 시위 중단 결정을 확인했다.

MTST는 그동안 정부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월드컵 기간 대대적으로 반대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보울로스 위원장은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기업들만을 위한 행사가 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에게도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월드컵 개막식도 제대로 열리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TST 회원들은 월드컵 개막전이 열릴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을 건설한 브라질 업체 오데브레시(Odebrecht) 본사 건물에 난입하기도 했다.

MTST가 시위를 중단하면 연방정부로서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큰 시름을 더는 셈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계속된 시위로 브라질의 대외 이미지가 큰 위기에 처했다"면서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 연방정부는 15만7천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월드컵 치안 대책을 마련했다.

전체 인력 가운데 군 병력은 5만7천명이며, 나머지 10만명은 경찰과 소방대 등으로 채워진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