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타차로 스피스 제치고 2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

아멘코너서 나흘간 버디만 4개…작년 망신 되갚아
'모 아니면 도' 공격 골프…파5홀 샌드웨지로 '2온'
겁없이 질러간 왓슨…'아멘코너 저주' 풀고 두번째 그린재킷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아멘 코너’의 마지막홀인 13번홀(파5·510야드). ‘왼손잡이’ 버바 왓슨(36·미국)의 드라이버 티샷은 왼쪽으로 슬라이스가 나며 나무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잠시 후 갤러리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왓슨의 볼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온 것. 핀까지 남은 거리는 140야드 정도. 왓슨은 샌드웨지를 들고 ‘2온’에 성공했고 버디를 잡으며 생애 두 번째 마스터스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대회 마지막날인 14일(한국시간) 왓슨과 우승 경쟁을 펼친 조던 스피스(20·미국)는 “왓슨의 13번홀 드라이버샷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무조건 질러가는 ‘겁없는 골프’

왓슨의 대담하고 공격적인 골프는 15번홀(파5·530야드)에서도 나왔다. 여기서 왓슨의 티샷은 또 슬라이스가 나며 페어웨이 왼쪽 나무 아래 러프에 멈췄다.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어 그린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왓슨은 당시 캐디 테드 스콧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8번 아이언을 택해 높은 탄도로 나무를 넘겨 핀을 직접 겨냥할지, 6번 아이언으로 펀치샷을 구사해 나무 사이로 볼을 꺼내 그린 오른쪽에 있는 벙커 쪽으로 볼을 보낼지, 아니면 레이업을 할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어떤 것을 택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왓슨은 “아직도 날 모르느냐, 난 캐디와 상의할 것도 없이 직접 핀을 겨냥할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캐디의 의견을 존중해 6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나무 사이로 볼을 쳐 그린 오른쪽 벙커를 겨냥했다. 볼은 그린을 오버해 멈췄고 버디는 놓쳤으나 파를 기록했다.

오거스타는 코스 곳곳에 함정이 있어 안전 위주로 공략해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평생 레슨 한번 받지 않고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왓슨은 ‘교과서적인’ 코스 공략을 탈피해 ‘모 아니면 도’의 전략으로 오거스타를 한 번도 아닌 두 차례나 정복했다.
‘아멘 코너’ 정복이 우승 원동력

겁없이 질러간 왓슨…'아멘코너 저주' 풀고 두번째 그린재킷

2012년과 2014년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이 대회 통산 17번째로 2회 이상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된 왓슨은 아멘 코너에서 재미를 봤다. 아멘 코너는 이 골프장 11~13번홀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이곳을 지날 때 너무 어려워 ‘아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는 의미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왓슨은 4라운드를 치르면서 아멘 코너 12개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하며 타수를 줄였다.

반면 스피스는 4라운드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끝내 왓슨을 따라잡지 못하고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왓슨은 타이틀 방어에 나선 지난해 아멘 코너에서 제대로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최종일 12번홀에서 공을 세 차례나 해저드에 빠트리며 무려 10타를 기록, 7오버파 ‘셉튜플 보기’를 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왓슨은 “2년 전 우승에 행운이 따랐다면 이번 우승은 연습의 결과”라며 “오거스타의 그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그린재킷을 다른 선수(애덤 스콧)에게 넘겨주고서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년 전 입양한 아들 안고 눈물

왓슨은 이날 우승을 확정 짓고 아들 칼레브와 농구 선수 출신인 아내 앤절라를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세 살배기 아들 칼레브는 아내가 임신을 못하자 2012년 마스터스 대회 기간 중 입양했다. 당시 왓슨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 아내는 플로리다에서 칼레브 입양 서류 작업을 마치느라 남편의 우승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아쉬움을 풀었다.

왓슨은 2012년 마스터스 이후 우승 소식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 우승에 이어 시즌 2승(통산 6승)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왓슨은 우승상금으로 162만달러(약 17억원)를 받았다.

2003년 이후 12회 치러진 대회에서 왼손잡이가 챔피언에 오른 것은 모두 여섯 차례로 늘었다. 왓슨 전에 마이크 위어(2003년)와 필 미켈슨(2004·2006·2010년)이 왼손잡이로 마스터스 정상에 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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