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이끌 한국 여자 피겨의 '기대주' 김해진(17·과천고), 박소연(17·신목고)이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채 올림픽 데뷔전을 마쳤다.

김해진은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95.11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54.37점) 합산 149.48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를 실수했던 터라 '절치부심'했지만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는지 이날도 김해진은 제 실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첫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부터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고, 활주 도중 갑자기 넘어져 점프 하나는 건너뛰어야 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해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첫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묻자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연아 언니'였다.

김해진은 "연아 언니와 함께 출전해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면서 "오늘 어이없는 실수가 나와서 아쉽지만, 이제 시니어에 데뷔했으니까 이런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실수에 대해 떠올린 그는 "너무 어이없는 실수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김해진은 눈물을 훔치며 "너무 당황했다. 끝나고 나니 속상함이 밀려온다"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동갑내기 친구 박소연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49.14점으로 23위에 올라 아슬아슬하게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박소연은 이날 트리플 러츠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점프에서 여러 번 실수가 나왔다.

최종 성적은 프리스케이팅 93.83점, 종합 142.97점.
마찬가지로 속상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박소연은 "점프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아져 실수가 나왔다"면서 "아쉬움이 크다"고 곱씹었다.

그는 "코치님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즐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첫 올림픽 무대는 제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고 고백했다.

이날 24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연기에 나선 그는 "모두가 프리스케이팅 1번 순서를 싫어하지만, 결국은 제가 긴장한 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며 경험 부족을 실감했다.

하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와 4대륙 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잠재력을 보인 이들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성적보다 더 귀중한 경험을 챙겼다.

4년 뒤 '여왕'이 떠난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박소연은 "이 무대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연습을 통해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해진도 "앞으로 스케이팅 기술과 점프를 더 보완해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소치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