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소치를 빛낼 '여걸 3총사' 김연아·이상화·심석희
‘겨울스포츠 여걸 3인방’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소치의 여제’로 거듭난다.

‘피겨여왕’ 김연아(24),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 ‘여고생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는 한국 선수단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한국 선수단이 내건 이번 올림픽 목표인 금메달 4개를 달성하려면 이들 여걸 3인방의 활약이 필수다.

‘피겨여왕’의 마지막 무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오는 20~21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썼다.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김연아는 세계 피겨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2009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을 기록하며 당시 새로운 채점 제도 도입 이후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최고 점수를 수립하며 한국에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하며 영웅으로 재탄생했다.

정상에 선 뒤 은퇴를 선언했던 김연아는 2012년 여름 “소치 올림픽까지 뛰겠다”며 재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운 김연아는 이후 2012년 12월 NRW트로피(201.61점), 2013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218.31점), 2013년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204.49점) 등 출전한 모든 국제 대회에서 200점을 넘기며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김연아가 소치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다면 소냐 헤니(노르웨이·1924년 생모리츠~1932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 3연패)와 카타리나 비트(동독·1984년 사라예보~1988년 캘거리 2연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싱글 2연패에 성공하는 선수가 된다.

1년 동안 네 차례 세계신기록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는 ‘빙속여제’라는 수식어를 달고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올 시즌 잇단 세계 신기록 행진을 펼치면서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 0순위’로 꼽힌다. 이상화는 오는 11일 500m, 13일 1000m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선 5위에 그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4년 뒤 밴쿠버에선 1, 2차 시기 합계 76초09를 기록하며 당시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예니 볼프(독일·76초14)를 0.05초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이상화는 밴쿠버 이후 ‘최초’ ‘최고’ 기록을 연거푸 작성해나갔다. 2012~2013시즌 월드컵 500m에서는 8개 대회 연속 우승하며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세계신기록을 한 차례 작성한 이상화는 2013~2014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기록을 줄여나갔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결승선을 통과, 지난해 1월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을 0.06초 앞당겼다. 1주일 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1차 레이스에서 36초57을 기록하더니 다음날 2차 레이스에서 다시 36초36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사이 네 차례 세계 신기록을 새로 쓰면서 소치에서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세 번째 올림픽을 기다리는 이상화는 “차분하게 실수 없이 성공적인 레이스를 준비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올림픽은 ‘축제’다.

쇼트트랙 여왕 계보 잇는다

심석희는 소치에서 새로운 여왕의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 전이경, 진선유에 이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성장한 그는 4년 전 밴쿠버에서 겪었던 ‘노골드’의 수모를 씻어낼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심석희는 13일 오후 여자 500m를 시작으로 15일 1500m, 18일 3000m 계주, 21일에는 1000m에 출전할 예정이다.

중학생 때부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던 심석희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2~2013시즌 여섯 차례 월드컵에 나서 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3~2014시즌에도 1차 대회 3관왕, 2차 대회 2관왕, 3차 대회 3관왕에 올랐고, 4차 대회에서는 경쟁국의 심한 견제 속에서도 금·은·동메달 1개씩을 목에 걸었다.

174㎝의 큰 키에 강한 지구력을 갖춘 심석희는 막판 스퍼트에 강하다. 첫 올림픽 무대에서 심석희가 금메달을 따내면 한국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