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소치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초보'임에도 상당한 주목을 받는 예비 스타들이다.

'빙판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치밀한 작전과 세밀한 경기 운영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격 조건에 따른 격차가 크지 않아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 전략 종목 중 하나로 오랫동안 꼽혀 왔다.

그러나 워낙 국내에서의 역사가 짧은 터라 저변이 좁아 쉽사리 스타를 키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컬링의 전기를 마련한 주인공은 바로 소치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이다.

정영섭 감독의 지휘 아래 주장격인 스킵 김지선, 리드 이슬비, 세컨드 신미성, 서드 김은지, 막내 엄민지로 이뤄진 컬링 대표팀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설움을 이겨내고 2012년 빛을 봤다.

그해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4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때의 성적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출전권을 따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숨에 한국 컬링을 대표하는 '깜짝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는 10년에 이르는 고난의 세월이 있었다.

중학교 교감선생님이던 정영섭 감독이 성신여대 선수 5명을 데리고 처음 팀을 구성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훈련비를 충당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라 팀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 감독은 알음알음으로 선수를 끌어모은 끝에 지금의 멤버를 완성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현지 팀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떠돌이 선수 생활을 하던 컬링 유학생 김지선을 데려왔다.

학생 시절 선수 생활을 하다가 포기하고 유치원 교사가 돼 있던 이슬비를 설득해 팀에 합류시켰다.

성신여대 학생이던 김은지는 학업을 포기하고 입단했다.

지난해 4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 소치행을 확정 짓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외인구단' 컬링팀이 그동안 이겨낸 고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따낸 소치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컬링 대표팀은 최근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한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러 대회를 치르며 기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중국오픈에서 '종주국' 캐나다에서 출전한 팀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3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렇게 낭보를 거듭 전하다 보니 이제는 메달 후보로까지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대표팀은 주위의 기대에 흔들리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2013년 12월 기준으로 10위다.

소치올림픽 여자 컬링에 출전하는 10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런 만큼 섣부른 기대를 부풀리기보다는 '최하위 후보'로 시작해 강호들을 연전연파한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때처럼 도전하는 자세로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겠다는 것이 대표팀의 각오다.

대표팀은 올림픽에 앞서 마지막 전지훈련을 치르기 위해 5일 '컬링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이들은 그곳에서 수준급의 현지 클럽 팀들과 연습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이 얼마나 강해진 모습으로 소치 땅에 입성할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