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조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공격조합은 여전히 만드는 과정이다."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이후 소집 때마다 선수들에게 수비조직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수비수 출신 지도자답게 튼튼한 수비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공격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말리 평가전(15일 오후 8시·천안종합운동장)을 하루 앞둔 14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최종 훈련을 마친 이청용(볼턴)은 "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감독님이 수비조직력을 강조하셨고 선수들도 잘해내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홍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치른 지난 7차례 A매치에서 7실점을 했다.

경기당 평균 1실점으로 무실점 경기도 세 차례나 있었다.

7차례 A매치 가운데 일본(1-2패), 크로아티아(1-2패), 브라질(0-2패) 등 3경기에서 2실점씩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나은 팀이었다.

특히 '거친 경기였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최강 전력의 브라질을 상대로 2골만 내준 것은 그만큼 수비 조직력이 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감독은 그동안 수비조합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포백(4-back)은 조직력이 생명인 만큼 중앙 수비에 김영권(광저우)-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조합을 기본으로 좌우 풀백을 조금씩 교체하는 수준이었다.

왼쪽 풀백은 김진수(니가타),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박주호(마인츠)의 3인방이, 오른쪽 풀백은 이용(울산), 김창수(가시와) 2인방이 교대로 나섰지만 서서히 김진수-이용 조합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은 기성용(선덜랜드)-한국영(쇼난) 주전 체제에 이명주(포항)와 박종우(부산)가 백업 요원으로 받치는 형국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브라질 평가전에 나선 더블 볼란테-포백 조합이 사실상 내년 월드컵 본선 무대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 감독 역시 "이번 말리전에선 수비조합을 크게 바꾸지 않겠다"고 말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했고, 14일 훈련에서도 홍 감독은 김진수-김영권-홍정호-이용 조합을 주전조로 가동했다.

이에 따라 말리전을 앞둔 홍 감독의 숙제는 공격조합을 완성하는 일이다.

홍 감독도 말리전의 주안점을 공격조합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차례 A매치에서 한국은 6골을 넣었지만 실제로 골이 들어간 경기는 3경기에 불과하다.

이중 4골은 '약체' 아이티전에서 나온 골이라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믿을 만한 원톱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은 홍명보호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그동안 '제로톱 전술'에 가깝게 미드필더 자원들을 원톱 자리에 올려놓고 경기를 치렀다.

'멀티플레이어'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원톱 스트라이커, 섀도 스트라이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옮겨다니며 '구자철 시프트'를 선보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을 치르면서 원톱 스트라이커 요원인 지동원(선덜랜드)을 정점으로 좌우 날개에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이청용, 섀도 스트라이커에 구자철을 배치한 가운데 후반에 손흥민(레버쿠젠), 이근호(상주), 윤일록, 고요한(이상 서울)을 교체로 가동했다.

그동안 7경기를 치르면서 김신욱(울산), 조동건(수원), 김동섭(성남) 등도 공격진에 이름을 올렸지만 낙마하면서 이제 8명의 공격자원이 주전과 비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 체제를 펼치게 됐다.

홍 감독은 14일 훈련에서 8명의 공격자원을 2개조로 나눴다.

이근호를 원톱으로 좌우에 김보경과 이청용을 배치하고 섀도 스트라이커에 구자철을 세운 조합과 지동원을 정점으로 손흥민-고요한의 좌우 날개에 윤일록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조합을 각각 가동했다.

전력상 이근호-김보경-이청용-구자철 조합이 말리전에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격진 구성에는 아직 한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바로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박주영(아스널)이다.

만약 박주영이 소속팀을 옮겨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홍 감독의 고민인 원톱 스트라이커 부재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