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세영은 10일 “대회장인 경기 안산 대부도의 아일랜드CC가 도전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 잘 맞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CC=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세영은 10일 “대회장인 경기 안산 대부도의 아일랜드CC가 도전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 잘 맞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CC=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손 한번 만져보게 해주세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제35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의 프로암이 열린 10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리조트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김세영(20·미래에셋)이었다.

지난 8일 한화금융클래식 마지막 날 17번홀(파3·154m)에서 6번 아이언으로 행운의 홀인원을 낚으며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연출한 김세영의 ‘행운의 기(氣)’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그의 손을 한번 잡으려고 길게 줄을 섰다. 김세영은 “우승한 뒤 손 한번 만져보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정말 있을 수 없을 듯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 "아일랜드코스는 딱 내 스타일!…2연승 정조준"
당시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김세영은 “홀인원이 되고 난 뒤 소름이 끼쳐 온몸이 추울 정도였다”고 답했다. 이어 “6번 아이언샷이 정말 깔끔하게 잘 맞아 느낌이 좋았다”며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따라붙어도 18번홀이 어려워 잘하면 나에게도 우승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세영은 사실 마지막 날 16번홀까지 샷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16번홀에서 티샷이 슬라이스가 났어요. 그래서 힘을 빼고 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쳤는데 잘 맞았죠. 그 기분을 갖고 17번홀 티박스에서 샷을 했는데 잘 맞았을 때의 느낌이 딱 왔어요.”

김세영은 지난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18번홀(파5)에서도 219m를 남기고 3번 페어웨이우드로 ‘2온’에 성공한 뒤 3m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세영은 당시 부드러운 샷의 느낌을 한동안 잃었는데 이번에 똑같은 느낌이 왔다고 한다.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 부드럽게 샷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승 이후 저도 모르게 샷을 강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강한 스윙 때문에 허리부상까지 겹치면서 성적이 나질 않았죠.”

김세영은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를 마치고 샷이 너무 안돼 고민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샷을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네 시간밖에 잠을 못 잘 정도였죠. 샷이 안되면 어떤 전략으로 가야 하나,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을 하다보니 잠이 안 오더라고요.”

김세영은 “한화금융클래식 마지막 날 16번홀 티샷이 슬라이스가 난 뒤 현재의 스윙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전날 고민했던 ‘부드럽게 치자’는 대처법을 적용해봤다”며 “이게 먹혀들자 자신감이 확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후원자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강원 홍천에 있는 블루마운틴골프장에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격려해주신 덕을 봤죠.”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1억5000만원짜리 벤츠SUV는 팔지 않고 쓰기로 했다. 우승상금 3억원과 상금의 50%인 보너스 1억5000만원으로는 부모님이 서울 금천구에 있는 집을 팔고 골프장과 가까운 경기 용인시 수지에 새 집을 구하는 데 보탤 계획이다.

김세영은 현재의 샷 감각을 이번주에도 유지해 메트라이프·한국경제 챔피언십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린 골든베이골프장에서는 마음껏 때릴 수 없었지만 아일랜드CC는 도전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 잘 맞는다”며 “2주 연속 우승해 올해 목표인 3승을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김세영은 161㎝의 단신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이 266.68야드로 장하나(271.58야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 비결에 대해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고 특유의 웃음을 띠며 말했다.

김세영은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으로 내년 하와이에서 열리는 롯데LPGA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고 한화금융클래식 우승으로 다음달 열리는 하나·외환 LPGA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처음으로 미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라 설렌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년 말 미국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아일랜드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