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전은 홍명보 감독과 선수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아이티(FIFA랭킹 74위)를 축구대표팀의 9월 6일 평가전 상대로 결정한 것은 홍명보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유럽파와 국내파가 처음 호흡을 맞추는 무대를 배려한 결정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0일 "아이티의 FIFA 랭킹이 한국(랭킹 56위)보다 낮다고 하지만 최근 북중미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국"이라며 "국내파는 물론 유럽파 선수까지 모두 모이는 만큼 조직력 점검 차원에서 적절한 상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티전을 통해 선수들이 손발을 충분히 맞춘 뒤 강호인 크로아티아(9월 10일)와 제대로 맞붙는다는 게 9월 평가전 전략"이라며 "홍 감독도 크로아티아전에 대비해 자신의 전술을 제대로 펼쳐볼 수 있어 사령탑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애초 이란과 9월 6일에 평가전을 치르려고 했지만 이란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스파링 파트너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공교롭게도 9월 6일에는 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북중미 등이 모두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 터라 상대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우선 월드컵 예선이 끝난 중동 국가 위주로 탐색했다.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접촉했지만 이라크는 요르단과 평가전 일정이 잡혔고, 쿠웨이트는 북한과 평가전을 치른다고 통보해왔다.

게다가 오만은 런던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4개국 초청 대회를 치른다며 평가전을 치를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축구협회는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탈락한 국가로 눈을 돌려 9월 6일에 평가전 일정이 없는 엘살바도르, 캐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아이티와 접촉한 끝에 아이티와 평가전이 성사됐다.

막판 접촉한 북중미 국가 가운데선 그나마 아이티의 FIFA 랭킹이 가장 높다.

아이티는 1990년대에 랭킹 100위권 밖을 전전하던 약체였지만 2009년부터 90위권으로 진입하더니 지난해 12월 39위를 찍고 지난 1월 역대 최고인 38위까지 랭킹이 치솟았다가 올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한국보다 8월 FIFA 랭킹에서 18계단이나 낮지만 아이티는 지난 6월 스페인과 친선전에서 1-2로 패하고, 연이어 맞붙은 이탈리아와 2-2로 비기는 등 녹록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치른 세 차례 평가전에서는 온두라스(0-2패), 트리니다드 토바고(1-0승), 엘살바도르(0-1패) 등 1승2패의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아이티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 18명의 선수를 파견하기로 했다.

이 중 4명만 자국 리그 소속 선수를 뽑았고, 나머지는 모두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로 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이티 축구의 특징은 스피드"라며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많아 패스워크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