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⅓이닝 2실점으로 막아 박찬호 '첫 승' 리글리필드서 새 이정표
밀러에 이어 올 시즌 MLB 신인 중 두 번째 두자릿수 승리


왼손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한국 투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에 데뷔한 해에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안타 11개를 맞았다.

11피안타는 6월 13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한 경기 개인 최다 피안타 타이다.

그러나 볼넷을 주지 않고 고비마다 삼진 6개를 솎아내며 상대 타선을 2점으로 봉쇄한 류현진은 팀이 6-2로 앞선 6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J.P. 하월에게 넘겼다.

하월이 1사 만루 고비에 몰렸으나 데이비드 데헤수스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 류현진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 류현진은 4연승과 함께 시즌 10승(3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3.14에서 3.15로 약간 올라갔다.

이로써 류현진은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인 투수 중 최초로 데뷔 해에 10승 달성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국내리그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거둔 성과여서 의미를 더했다.

류현진의 미국 진출 전까지 8명의 한국인 투수 가운데 메이저리그 신인 자격을 갖춘 해에 최다승을 올린 투수는 서재응(현 KIA)이었다.

2003년 뉴욕 메츠에서 풀타임 데뷔한 서재응은 그해 9승(12패)을 거뒀다.

통산 124승으로 아시아 투수 최다승을 남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6년 4월 7일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거둔 리글리필드에서 류현진은 10승을 달성해 더욱 뜻깊은 발자국을 찍었다.

류현진은 2002년 14승을 거둔 일본인 왼손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현 일본 세이부) 이후 다저스 투수로는 11년 만에 10승을 올린 신인이 됐다.

또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10승 7패)에 이어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중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고 신인왕을 향해 질주했다.

류현진은 전날까지 홈런 119방이 터져 내셔널리그 두 번째 '홈런 공장'으로 악명 높은 리글리필드에서 홈런을 맞지 않겠다는듯 1회부터 코너워크에 크게 신경썼다.

1회 시작과 함께 데헤수스, 후니오르 라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린 류현진은 컵스의 주포 앤서니 리조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류현진의 시즌 병살타 처리 횟수는 19회로 늘었다.

그는 내셔널리그 투수 중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23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 2사 후 연속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콜 질레스피에게 1루 선상을 총알처럼 타고가는 2루타를 내준 데 이어 우타자 다윈 바니에게 몸쪽에 떨어지는 커브를 뿌렸다가 좌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고 점수를 줬다.

다저스가 5-1로 앞선 4회말에도 2루타 2방를 맞고 다시 실점했다.

선두 스탈린 카스트로의 타구가 우측 페어라인을 맞고 그대로 펜스로 넘어가 인정 2루타로 둔갑하면서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첫 대결에서 2루타를 내준 질레스피에게 1사 2루에서 다시 우중간 쪽 2루타를 맞고 점수를 줬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열심히 따라갔지만 공은 그의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5회 2사 1,3루 위기에서 20m 가까이 달려가 타구를 걷어낸 푸이그의 호수비로 한숨을 돌린 류현진은 6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내주고 투구수 101개를 기록한 뒤 교체됐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깨끗한 안타를 때리고 추가 득점의 물꼬를 트는 등 3타수 1안타를 치고 1득점했다.

2회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류현진은 3-1이던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컵스 왼손 선발 트레비스 우드의 직구(시속 140㎞)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뻗어가는 시즌 9번째 안타를 날렸다.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0.225로 소폭 올랐다.

닉 푼토의 안타 때 2루를 밟은 류현진은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 때 전력질주로 홈에 쇄도해 득점했다.

다저스는 계속된 찬스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해 5-1로 점수를 벌리고 승기를 잡았다.

이날 2루수 마크 엘리스와 돈 매팅리 감독이 이날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가 동반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다저스는 원정 경기 12연승을 달리며 59승 49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굳게 지켰다.

다저스의 원정 12연승은 1924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이후 89년 만에 나온 타이기록이다.

또 다저스는 6월23일 이후 29승 7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시카고·서울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장현구 기자 chicagorho@yna.co.kr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