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 US오픈 첫날 1~3위 '싹쓸이'
‘태극 낭자’들이 세계 여자프로골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68회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 첫날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김하늘(25·KT)이 단독 선두에 나섰다. 세계여자골프 1인자 박인비(25·KB금융그룹·사진)가 2위, 김인경(하나금융그룹)이 공동 3위에 포진했다.

US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 홈페이지는 선수들 성적 옆에 국기를 표기하는데 선두권이 태극마크로 물들여져 마치 한국여자오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한국 선수가 23명이었고 이 중 7명이 첫날 공동 17위 안에 들었다.

박인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CC(파72·6821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버디 6개를 낚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로 한국에서 날아온 김하늘에 1타 뒤진 2위를 달렸다. 박인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세운 시즌 개막 후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전인미답의 ‘캘린더 그랜드 슬램(한 시즌에 4대 메이저대회 석권)’ 도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박인비는 이날 단 두 차례만 페어웨이를 놓치는 정교한 드라이버샷을 과시했다. ‘퍼팅의 달인’답게 총 퍼트 수는 25개에 불과했다. 첫 번째 홀인 10번홀(파4)에서부터 아이언샷을 홀 1m 이내에 붙여 버디를 잡은 박인비는 14번홀(파4)에서는 2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후반 들어 1번홀과 2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1타씩을 줄인 박인비는 4번홀(파4)에서도 2.5m 버디 퍼트를 성공, 상승세를 이어갔다. 6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잠시 주춤한 박인비는 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떨어뜨린 뒤 다시 1타를 줄여 1라운드를 마쳤다. 박인비는 “코스 세팅이 다소 쉬워 점수가 좋게 나왔다”며 “하지만 주말에는 티박스나 핀 위치를 조정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작년 KLPGA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하늘은 정교한 어프로치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퍼트 수 23개의 ‘짠물 퍼팅’으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김인경도 절정의 샷 감각을 선보였다. 4번홀에서 1타를 잃은 김인경은 7번홀(파3)부터 10번홀(파4)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았고 12번홀(파3)과 1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m 파 퍼트가 홀을 돌아나와 4언더파로 마쳤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최나연(26·SK텔레콤)은 1언더파 71타를 쳐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공동 17위로 첫날을 끝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