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마니아클럽 회원들이 킹스데일CC에서 지역대항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골프마니아클럽 회원들이 킹스데일CC에서 지역대항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지난 19일 오후 충북 충주시의 킹스데일CC.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톡’ 하는 퍼팅 소리에 골프공이 경사면을 타고 끝없이 굴러간다. 한 골퍼가 “핀이 내리막 경사에 꽂혀서 퍼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네”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라운딩을 마친 골퍼들이 하나둘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며 “핀 위치가 이렇게 어려운데 충청방 선수들은 3~4오버씩 쳤다네. 홈 그라운드에서 우승하겠어”라며 이날 라운드의 총평을 내놓았다.

이날 모인 골퍼들은 회원 수 13만4000여명의 국내 최대 골프동호회 ‘골프마니아클럽’(이하 골마) 회원들이다. 지역 대항전이 열린 이날 18팀 72명의 회원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골마 지역 대항전에는 이날 해외 지역방을 제외하고 서울, 경기남부, 수도권북부, 김포·일산·부천·인천, 충청, 강원, 전라, 경상, 제주 등 전국 9개 지역방 대표 선수들이 모여 열띤 대결을 펼쳤다. 이날 대항전에서는 팀원 평균 타수 75.8타의 충청방이 뛰어난 스코어를 자랑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3년 12월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골마는 개설 10년째인 올해 회원 수 13만명을 돌파했다. 규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루 방문자가 6만명을 초과할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골프 동호회다. 골마를 처음 만들어 10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원일 씨(36)는 “회원이 13만명을 넘어서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자주 일어난다”며 “한 회원은 동호회 번개 모임에서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고, 또 다른 회원은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는데 회사 부장과 마주쳐 당황하기도 했다”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2006년부터 골마 회장을 맡고 있는 차주훈 씨(50·중소기업 대표)는 “7년 전 골프마니아오픈을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에서 처음 열었는데 38팀의 선수들과 운영자를 포함해 180명이 눈비가 오는 가운데 힘들게 치렀다”며 “이후 회원들이 더 끈끈하게 모이면서 골마오픈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골마오픈은 매년 10월에, 해외 골마오픈은 12월이나 2월에 열린다.

전문직 종사자부터 중소상공인, 직장인까지 여러 사람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월례회가 다양하게 열린다. 매달 첫째주에는 스카이72, 둘째주에는 레이크사이드CC, 넷째주에는 양주CC에서 월례회가 열리고 첫째주 일요일엔 주말월례회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지역방별로 갖는 월례회까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라운딩에 참가할 수 있다.

경상지역장을 맡고 있는 류동우 대명텍스 대표(42)는 “회원 수가 많다보니 언제든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상대방과 겨뤄볼 수 있다”며 “전국 단위 동호회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제주도나 전라도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전라지역장인 주부 강민아 씨(38)는 “라운딩을 함께할 여성을 찾기 위해 5년 전 가입했는데 인간적이고 매너 있는 회원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골마 회원들은 너무 다양해서 무색무취합니다. 다른 카페와 달리 회원 등급이 없어 누구라도 원한다면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바쁠 땐 카페를 찾지 않아도 되죠. 누구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쉼터 같은 동호회라고 할까요.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라운딩을 함께하고 한잔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정원일 골마 운영자)

충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