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이 왼손 투수 류현진(26)의 선발 등판 순서를 전격 조정한 것은 그만큼 류현진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방문경기에 시즌 12번째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발등·발목 통증 탓에 우완 맷 매길에게 마운드를 양보했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 순서를 거르기는 시즌 개막 이래 처음이다.

그는 5월 29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제물로 빅리그 첫 완봉승을 수확했으나 경기 중 마크 트럼보의 강타구에 왼쪽 발등과 발가락 근처를 맞아 얼음찜질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부기가 가라앉고도 여전히 통증이 지속하자 100% 완벽한 몸 상태로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고, 매팅리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구단 수뇌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막 첫걸음을 뗀 신인이나 류현진이 팀 내 최다승(6승)을 거두며 기둥 투수로 자리 잡은 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이 다른 투수들과 달리 한국에서처럼 선발 등판 사이 불펜 투구를 쉬겠다고 하자 그의 뜻을 존중하고 그렇게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은 팀 내 어느 투수보다 많은 이닝을 던졌다"며 "이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세한 몸의 변화로 두 투수가 투구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는 팀으로서도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100% 컨디션을 강조한 류현진을 적극 지지했다.

부상 없이 다저스 선발진을 지켜 온 커쇼와 류현진은 올 시즌 각각 87⅓이닝, 71⅔이닝을 던졌다.

부상자 명단을 오르락내리락한 여타 투수들이 30∼40이닝만 던진 것에 비춰보면 두 투수의 팀 내 위상이 각별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저스가 현재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으나 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이상 당장 성적보다 두 투수 보호에 신경 쓴 모양새다.

특히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 등 기량이 남다른 3명의 선발 투수를 앞세워 다저스가 시즌 중·후반 역전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전망이 는 것도 이런 조처에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류현진이 원정 경기보다 홈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선발 등판을 늦춘 배경으로 지목된다.

류현진은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으나 환경이 생소한 원정지에서는 2승 1패, 평균자책점 4.10을 남기고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다가 난타라도 당하면 류현진은 물론 팀으로서도 막심한 손해를 볼 수 있기에 그의 선발 순서를 한 번 정도 거른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7일 또는 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 중 한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