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감독으로 최고의 길을 걸어온 '농구 전설'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1일 의정부지법이 강 감독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강 감독은 현직 프로 스포츠 감독 가운데 승부조작 혐의(국민체육법 위반)로 구속 수감된 첫 사례가 됐다.

강 감독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얼굴 가운데 하나다.

선수로는 개인기와 성실함을 겸비한 스타로 국내 농구 최전성기를 이끌었고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깔끔한 매너와 실력으로 일찍부터 명장 대열에 올랐다.

특히 현역 시절에는 정확한 3점슛과 상대 수비진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킬패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경기 조율 능력 등 가드로서 장점을 두루 갖춰 '코트의 마법사'라는 별명과 함께 1990년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했다.

성실하고 무던한 성격때문에 동료는 물론 그를 조련한 지도자들도 입을 모아 '순둥이'라고 칭하던 강 감독이 승부조작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는 소식에 농구인들은 하나같이 "그럴리가 없다"며 의아해했기 때문에 그의 구속 집행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강동희 감독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1990년 울산 모비스의 전신인 실업 기아자동차에 입단할 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다.

대학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허재, 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불리며 맹활약해 기아의 5년 연속 농구대잔치 우승(1988-1989 시즌~1992-1993 시즌)에 일조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에도 기아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으며 도움왕을 통산 4차례나 차지하는 등 기복 없는 활약을 이었다.

국내 선수 가운데 첫번째 트리플더블도 강동희 감독의 몫이었다.

역대 프로농구 첫 트리플더블은 출범 첫해인 1997년 안양 SBS 소속이던 제럴드 워커가 기록했지만 '토종' 가운데에는 강 감독이 기아 시절인 1997-1998 시즌 개막전에서 24점·13어시스트·11스틸을 올린 것이 최초다.

강동희 감독은 2004년 LG에서 은퇴한 후 지도자로서도 금세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부터 2008-2009 시즌까지 동부 코치로 2007-2008 시즌 동부의 정규리그 우승을 빚었고 2009년 동부 정식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2010-2011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일궜다.

강 감독은 2011-2012 시즌에도 동부를 정규리그 우승과 2년 연속 챔피언전 진출로 이끌며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8할이 넘는 승률과 역대 KBL 최다승(44승)과 최다 연승(16승) 등 각종 신기록으로 프로농구 역사를 새로 쓰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강동희 감독이지만 이력에 '흠집'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동부 코치 시절인 2006년 불법 도박으로 약식기소돼 처벌을 받았고 올해 초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현직 프로팀 감독으로서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라는 점에서 그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결백하다"며 강하게 부인했던 강 감독에 대해 법원이 '수사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농구인과 팬들이 겪을 허탈함과 충격은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