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야구 인생의 2막을 힘차게 열어젖힌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선발 투수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당차게 선언했다.

다저스의 투·포수 스프링캠프 소집일인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마친 류현진은 "한국에서 던졌던 것처럼 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와의 대결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한 두 달 지나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그는 14일부터 구단이 지정해 준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과외를 받는다.

이달 초부터 훈련을 시작하면서 몸무게 5㎏이 빠졌다는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겠다"며 시즌 전부터 괴력투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다음은 류현진과의 일문일답.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마친 소감은.
▲전체 투수가 모여 첫 훈련을 치렀다.

이달 초부터 이곳에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기에 큰 차이는 없었다.

--한국에서 정규리그를 준비하던 예년 이맘때와 비교한다면.
▲전반적인 준비 속도는 한국보다 늦다.

예년만 해도 지금 당장 던질 수 있는 상태였던 데 반해 여기서는 천천히 준비하라고 한다.

투구 수도 많지 않다.

--팀 내 적응은 잘하고 있나.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적응이라면 동료와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설과 팀의 지원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

어떤 점이 인상깊었나.

▲많은 차이를 느낀다.

스프링캠프 연습장이라지만 시설이 아주 훌륭하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다는 게 부럽다.

--훈련 스타일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나.

▲그렇다.

한국에서처럼만 던지면 좋은 성적을 올리리라 생각한다.

며칠 전 불펜 코치와도 얘기했는데 나는 등판일 사이에 예정된 불펜 투구를 미국에서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6일 간격으로 등판한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등판일 사이 불펜 투구를 건너뛰었다.

)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선발 투수만 8명이 있다며 경쟁시킬 의도를 내비쳤는데.
▲이제 스프링캠프가 시작했으니 무리하지 않되 내가 보여줄 것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은 당연하고 경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나.

▲한국보다 시범경기 수가 많아서 일단 그 경기에 등판해서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

--선발 경쟁에서 탈락해 불펜에서 던져야 한다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팀에서 제일 친한 선수가 있다면.
▲내야수 루이스 크루스다.

서로 휴대전화에 번역 프로그램을 깔아 대화하고 있다.

멕시코 출신이라 자신과 같은 외국 선수에게 잘 도와주는 것 같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중심 타자 맷 켐프 등 대부분 동료가 친절하게 대해준다.

--영어는 어느 정도 늘었나.

▲기본 인사 정도는 하지만 제대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선수들과 많은 대화는 못 나눴다.

구단에서 소개한 영어 과외 교사와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할 예정이다.

--한국에서와 라커에서 행동이 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해서 일단 라커에 들어오면 돌아다니지 않고 내 자리부터 찾아간다(웃음). 되도록 조용하게 지내고 있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

(류현진의 라커는 출입문 바로 옆 크리스 카푸아노와 조시 베켓 사이에 있다.

)
--요즘 일과는 어떠한가.

▲일찍 운동장에 나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는 쉰다.

현재 머무는 곳이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 형 집과 10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애로 사항이 있으면 자주 찾아간다.

--타격 연습은 언제부터 하나.

▲아마 매일 번트 연습부터 한다고 들었다.

인천 동산고 졸업 후 7년간 방망이를 안 잡다가 타격을 하는 것이기에 시즌 초반에는 공을 못 칠 것 같다.

--공은 미끄럽지 않나.

▲많이 미끄러워 힘들다.

(미국 롤링스사가 제조한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한국프로야구 공인구와 비교해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아 실밥을 낚아채 회전수를 늘려야 하는 변화구 투수들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팀 내 별명은 뭔가.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냐고 물어오기에 '류'(Ryu)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한국 대표팀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 올라가면 출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안다.

▲WBC 출전을 고사했는데 처음(1라운드)부터 뛰었으면 뛰었지 중간에 합류한다는 것은 우습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그래서 양상문 대표팀 투수 코치께 정중하게 사과드렸다.

--프로 데뷔 후 스프링캠프에서 개인훈련은 사실상 처음 아닌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장점은 내 할 일만 끝나면 훈련이 끝나기에 간섭을 안 받아서 좋다.

그러나 운동을 덜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단점 같다.

그렇다고 내가 게으른 것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리그식 훈련스타일이 좋다.

--포수와 많은 대화를 나눴나.

▲주전 포수인 A.J 엘리스와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엘리스가 타자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 "난 너를 믿고 던지겠다"고 화답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