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입촌 전 통합스포츠체험 플로어하키 참가
무톰보 "허리 숙이고 퍽 다루려니 잘 안되네"

세계 최고의 체조 선수라도 처음 도전한 종목에서는 '전문' 선수들의 실력 앞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2012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3일 강릉 관동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통합스포츠체험 행사에서 플로어하키 마스크를 쓰고 코트 위에 올랐다.

플로어하키는 아이스하키와 규칙이 비슷하지만, 운동화를 신고 마루나 코트 위에서 경기한다는 점이 다르다.

냄비 받침 정도 크기의 퍽은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긴 막대기처럼 생긴 스틱을 퍽 가운데 구멍에 꽂아서 슈팅, 패스, 드리블을 할 수 있다.

양학선은 씩씩한 표정으로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헬멧과 장갑, 정강이보호대 등 묵직한 보호 장비와 스틱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한국 플로어하키 대표팀 '반비'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을 펼치는 이진배가 상대팀으로 출전하자, 수비로 뛴 양학선은 속수무책으로 골문으로 향하는 길을 내줬다.

결국 양학선이 소속된 '하양' 팀은 '검정' 팀에 4-5로 패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양학선은 "나 때문에 졌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출전을 결정하고서 하키는 해본 적이 없으니 큰일이라고 걱정했는데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뛰어보니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지적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양학선은 "비장애인도 처음 하는 경기에서 이렇게 쩔쩔매는데 지적장애인들이 이만큼 실력을 끌어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하니 고개가 숙여진다"며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어 "오늘 참가한 종목이 체조였다면 양1이든 뭐든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양학선은 이날 태릉선수촌에 입촌할 예정이다.

입촌하기 직전 비는 시간을 이용해 스페셜올림픽 통합스포츠체험에 참가했다.

양학선은 "좋은 대회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며 "많은 사람이 스페셜올림픽 경기장에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합스포츠체험 경기에는 은퇴한 NBA스타 디켐베 무톰보(47)도 참여했다.

218㎝의 큰 키로 현역 시절 '산'에 비유됐던 그가 플로어하키 코트에 서자 관중 대부분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무톰보의 실력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드리블을 하다가 퍽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수비를 하러 달려드는 선수를 넘어뜨려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 처음 해보는 경기라 익숙지 않았는데 2분 만에 익숙해지나 했더니 급격히 피곤해져서 제 실력을 다 내지 못했다"며 "높은 데 있는 공으로 운동하다가 바닥에 있는 퍽으로 하려니 잘 안됐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거친 NBA 경기에 익숙하다보니 선수를 넘어뜨리고 말았는데 퇴장당해 사과를 못했다"며 "경기가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사촌 중에 지적장애인이 있어 친숙하다는 그는 "어린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와 함께 경기를 뛰고 나면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자리에 참가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강릉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