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에 도움주는 일을 하겠다"
"야구는 내게 학교..야구 통해 많이 배웠다"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코리언 특급' 박찬호(39)는 "끝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축하받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긴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박찬호는 "꿈을 위해 새 길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면서 "이뤄낸 것보다는 견뎌낸 것을 수고했다고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 경영을 공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결심이 어려워 시간이 필요했다.

아쉬움도 있고 그리울 것 같다.

끝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약속과 도전, 꿈을 위해 새 길 가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앞에 놓인 유니폼들을 보니 야구 인생의 갈림길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외면하지 않았던 진정한 팬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서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운이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한 시골뜨기가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뛰기까지 도와준 분들이 많았다.

한국 야구 역사에서 나만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내년 시즌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 이런 결정을 했다.

구단에 죄송하지만 공은 던지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한국 야구와 한화 구단, 함께한 선수들을 배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은퇴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1년 계획을 가지고 한국에 왔고, 계획한 기간에 목표로 했던 것을 이뤘다.

올해를 마치면 어떤 것을 할지도 계획이 있었다.

구단과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 주고 싶었지만 나 혼자 적응하는 데 바쁘다 보니 팀 성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미안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야구에 앞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잘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될 것을 하겠다는 계획이 분명했기 때문에 더는 미련을 갖지 않고 결정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피터 오말리에게 들은 조언은.
▲지난 시간에 대한 회포도 풀고 조언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필라델피아 시절 선발에서 계투로 밀려난 뒤 첫 경기에서 부진하고 은퇴를 고민하던 때에 오말리가 내게 힘을 줬다.

그의 말에 큰 용기를 얻어 호투하고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이번에도 오말리는 내가 했으면 하는 일들을 말해줬다.

앞으로도 계속 오말리의 조언을 듣고, 그의 도움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과 안타까운 순간은
▲여러번 힘든 고비를 이겨냈기에 당당히 1승씩 채워 나갈 때에 기쁨과 보람이 컸다.

그래서 첫 승리를 할 때보다 124승이 더 기뻤다.

절망을 딛고 다시 도전해서 이뤘기 때문이다.

더 의미있는 것은 한국 팀에서 한국 선수들과 뛰면서 많지는 않더라도 값진 승리들을 거둔 것이다.

--한국에서의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들과의 추억은.
▲어린 선수들이 처음에 나를 어려워하고 말도 못 붙였는데, 나중에는 부담없이 소통하는 관계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안승민이다.

내게 많이 웃음을 줬다.

어제 은퇴를 발표한 뒤 연락이 닿았는데 제일 아쉬워하는 것 같더라.
이 자리에 함께한 장성호가 2천안타 방망이 선물해줬는데, 값진 보물이 될 것이다.

주장 한상훈, 포수 신경현, 이웃사촌 김태균도 기억에 남는다.

나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많았을 텐데도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구단 프런트에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승을 해보지 못한 데 아쉬움은 없나.

▲내셔널리그 우승을 해봤다.

오늘 반지도 끼고 왔다.

월드시리즈 정상엔 서지 못했지만 나는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승 반지를 낀 것도 추억이자 영광이다.

내셔널리그 우승과 국가대표 금메달이 있으니 충분히 값지다.

--팬들과의 인사는 어찌할 계획인가.

▲아침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표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단 인사를 전했다.

올해 매 경기가 인사였다고 생각한다.

대전 팬들에게 인사하는 방법은 구단에서 염두에 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든 기회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앞으로 계획은.
▲오래전부터 야구 행정과 경영에 관심이 있었다.

또 사회와 야구의 관계, 미국과 한국 야구 사이의 가교 역할 등을 하고 싶다.

유소년에게 꿈을 심어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회의 의미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공부하고 싶다.

--특정 팀에 소속돼서 공부할 생각인가.

▲특정 팀에 소속될 생각은 없다.

메이저리그에 오래 몸담으며 미국의 야구 산업에 매력을 느꼈다.

한국 구단들도 그렇게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국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생각은 없나.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당장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이들의 학업 문제가 걸려 있다.

일단 미국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환경을 만든 다음에 내 공부를 위해 미국에 갈 것 같다.

그전에 다음달 가족과 잠시 미국에 들어가 연말을 보내며 확실한 미래를 설계하려 한다.

--한국의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

▲한국 선수들은 이기겠다는 투지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길게 보고 당당히 실패와 실수를 견디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사회의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

개인의 철학이 있는 선수로 거듭났으면 한다.

--박찬호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야구는 내게 학교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시간보다 야구하는 시간이 많았다.

책으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 얻었다.

야구를 통해 만난 이들이 삶을 의미있게 만든 동반자가 됐다.

또 야구를 통해 국가를 위한 값진 일도 했다.

많은 실패를 겪고 124승을 하기까지 배우고 얻는 것이 많았다.

시련 속에서 야구를 머리로 하지 않고 가슴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진정한 사랑을 배웠다.

더불어 하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마운드 위에 서면 외로웠지만, 시련과 환희를 거듭하면서 사랑을 배운 과목이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고했고 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뤄낸 것보다는 견뎌낸 것에 대해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래전부터 거울을 보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했다.

다짐하고 혼내고 용서했다.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날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고 울컥했다.

그런데 어제 들어오는 메시지들이 한결같이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 들어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아쉽다'는 말보다 더 감격스러웠다.

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축하한다는 말이 듣고 싶다.

그래서 생을 마감할 때도 야구인으로서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열릴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겠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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