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야구 최고의 행운아…지도자도 목표 안에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9)가 "나는 한국야구 최고의 행운아"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선수로서의 인생을 정리하고, 경영인이나 행정가 등으로 야구인생의 제2막을 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30년간의 선수 생활을 끝내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먼저 "이제 끝난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약속과 도전, 또 다른 꿈을 위해 새로운 설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다승(124승) 기록을 세우고, 일본을 거쳐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은퇴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왔다.

그러고는 "나는 운이 좋은 녀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 출신의 박찬호는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텍사스(2002년~2005년)-샌디에이고(2005~2006년)-뉴욕 메츠(2007년)-다저스(2008년)-필라델피아(2009년)-뉴욕 양키스·피츠버그(2010년)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활약하는 동안 통산 476경기에 등판해 124승9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를 거쳐 올해에는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 마운드에 올라 23경기에서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의 성적을 내고 선수 생활을 끝냈다.

박찬호는 "시골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고 주위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면서 "미국에 진출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긴 시간 메이저리그에 몸담았을 때 같이 했던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주위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국야구역사상 저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한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박찬호가 기자회견을 한 단상에는 공주중·고, 프로 선수로 첫발을 디딘 다저스와 마지막 소속팀이 된 한화 이글스, 국가대표팀 등 그동안 그가 거쳐 갔던 팀의 유니폼이 내걸렸다.

환희와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켜온 지난날을 유니폼을 통해 떠올린 박찬호는 잠시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박찬호는 은퇴를 결심하게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한국으로 올 때 1년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이후 한국야구를 위한 나의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계획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더는 미련을 갖지 않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앞으로 야구 행정이나 경영을 공부해 한국야구와 선진야구의 중간에서 교류를 돕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오랫동안 야구를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실험했다"면서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오래전부터 관심 가져온 야구 행정과 경영, 운영 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공부는 미국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도자라는 역할은 앞으로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 안에 있다"면서 "좋은 지도자, 정확한 지도자가 되고자 더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혀 '지도자 박찬호'의 모습도 기대하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만들어 유소년 야구 꿈나무들을 지원해 온 박찬호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면서 "현재 개최하는 꿈나무 대회도 있는데 더욱 값지게 하고 의미를 높여 발전시키도록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멈추지 않고 달려온 자신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하자 "'수고했다.

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무언가 이뤄내서가 아니라 잘 견뎌낸 것에 대해서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자신에게 야구는 '학교'라고 정의했다.

그는 "공부보다 야구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면서 "책으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 배웠고 야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오히려 제게 더 성숙하고 의미 있는 그런 삶을 살게 한 동반자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야구장에 가면 항상 '무엇을 할까, 무엇을 배울까'라는 생각들을 했다"면서 "시련을 겪다 보니 야구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대할 수 있게 됐다"고 야구의 의미를 곱씹었다.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시간이 7년 전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시간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은 박찬호는 마지막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아쉽다는 말보다 더 감격스럽게 느껴졌다"면서 "죽을 때에도 축하한다는 말을 듣도록 새로운 삶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12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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