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추크슈피체 노르딕 워킹

스틱은 배꼽 높이에 두고 가슴 쭉 펴고 곧은 자세로 팔 가볍게 흔들며 편안하게 걸어야
핀란드 종주국…유럽서 인기…스틱가격 10만~20만원대
[Leisure&] 스틱으로 찍으며 걷는 '노르딕 워킹'…1시간에 400㎉ 소모 "운동되네"

독일 뮌헨에서 아우토반(독일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으로 2시간가량 달려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 2962m 추크슈피체(Zugspitze) 입구에 도착했다. 각국의 관광객으로 꽉 들어찬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의 종착역에 도착하자 만년설이 칼바람에 흩날려왔다. 언제나 한겨울 날씨인 추크슈피체를 찾은 건 유럽에서 대중화된 걷기 운동인 ‘노르딕 워킹’(Nordic walking)을 이곳에서 체험하기 위해서다.

●‘북유럽식 걷는 법’ 따로 있다?

노르딕 워킹은 스틱을 사용해 두발과 두팔을 모두 써서 걷는 운동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북유럽식 걷기’다. 1930년대 핀란드 스키 선수들이 눈이 내리지 않을 때도 훈련하기 위해 고안한 비(非) 겨울철 훈련법에서 유래한 말이다. 1960년대 들어 운동선수 외에 일반인도 하는 고급 아웃도어 스포츠로 확산돼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수천만명 이상이 즐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종주국인 핀란드를 비롯,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하행선 케이블카를 타고 300m가량 내려와 기차역인 추크슈피체플라츠에서 노르딕 워킹 스틱을 받아들었다. 스틱을 쥐었다 놨다 해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게 고정해 주는 탈·부착식 장갑(스트랩)이 붙어있는 점이 일반 등산용 스틱과 달랐다.

동행한 박상신 한국노르딕워킹협회장이 기본 자세 강습을 시작했다. 노르딕 워킹의 기본 자세는 스틱을 배꼽 높이에 둔 상태에서 팔꿈치를 굽히지 않고 흔들며 편안하게 걷는 것이다. 스틱을 지팡이 잡듯 일부러 잡으려 하지 말고, 바닥에 살짝 끌리더라도 자연스럽게 걸으면 된다. 상체는 척추를 세우고 가슴을 쭉 펴서 곧은 자세로 유지한다. 보폭은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하되 지형 변화에 따라 일정 부분 조절하면 된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치고 첫발을 떼었다. 처음엔 그냥 걸어도 될 길을 스틱을 짚고 가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척박한 자갈밭에서 의식적으로 상체를 계속 움직이다 보니 일반 걷기보다 운동량이 많은 전신운동이라는 점이 몸으로 느껴졌다. 업무상 노트북 앞에 붙어있어 늘 굽었던 상체를 쫙 펴고 걷는 기분이 개운했다.

추운 날씨에도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스틱을 손에 쥐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펌핑 동작이 심장 박동을 15% 이상 활성화해 온몸의 피 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는 노르딕 워킹의 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운동량,일반 걷기의 2.5배

[Leisure&] 스틱으로 찍으며 걷는 '노르딕 워킹'…1시간에 400㎉ 소모 "운동되네"

눈으로 뒤덮인 코스에 들어서자 스틱이 아이젠 역할을 해 훨씬 안전하게 걷게 해 준다. 스틱 덕분에 눈이 덮인 미니 크레바스를 무사히 통과하고, 수십m 낭떠러지에 맞닿은 갓길도 비교적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다.

한시간가량 걸어 오르자 독일의 최정상인 추크슈피체 해발 2962m 바위에 올라섰다. 절벽 위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봤더니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어선 곳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인 푸른 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다시 한시간을 걸려 추크슈피체플라츠로 복귀한 뒤, 식당에서 거품이 가득 얹힌 밀맥주와 함께 식사를 하며 허기를 달랬다. 노르딕 워킹은 ‘네 발로 걷는’ 전신운동인 만큼 운동량이 많다. 성인 남성이 일반적인 걷기로 시간당 약 180㎉를 소모하는 데 비해 노르딕 워킹 소모량은 400㎉에 달한다.

노르딕 워킹은 꼭 추크슈피체 같은 곳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북한산이나 청계산, 한강시민공원, 성곽길 등에서도 할 수 있다. 노르딕 워킹의 장점이자 미덕은 비싼 장비나 기술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딕 워킹 스틱의 가격은 보통 10만~20만원 선. 굳이 사고 싶지 않다면 일반 트레킹용 또는 등산용 스틱을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다만 일반 등산용 스틱은 끝이 금속으로 돼 있어 아스팔트길에서 소음과 진동이 심한 반면 노르딕 워킹 스틱은 아스팔트용 고무(루보)가 붙어있어 땅을 디딜 때 조용하고 부드러운 탄력을 느낄 수 있다.

●산책길에서 온가족 함께 즐겨볼까

노르딕 워킹은 운동은 하고 싶지만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줄까봐 망설이는 노년층에도 추천할 수 있는 운동이다. 회당 1~2시간씩 주 3회 정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협회장은 “유럽과 북미에서는 재활 환자의 물리 치료나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처방전에 노르딕 워킹을 적어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노르딕워킹 인구는 2만명 선으로, 종주국인 북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초기 단계다. 노르딕워킹협회는 아웃도어 소재 고어텍스를 판매하는 고어코리아의 후원을 받아 노르딕 워킹의 무료 강습 프로그램을 주중·주말에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추크슈피체(독일)=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노르딕 워킹



nordic walking. 스틱을 사용해 두 발과 두 팔을 써서 걷는 운동. 1930년대 핀란드 스키 선수들이 눈이 내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고안한 훈련법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걷기보다 운동량이 많고, 상체를 사용해 전신운동이 되는 게 강점이다.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1000만명 이상이 즐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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