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9차 연장도, 하루 36홀 강행군도 신지애(24·미래에셋)를 막아서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파72)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신지애가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2010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 이후 1년10개월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던 신지애는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우승 갈증'을 풀었고 이번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석권, '골프 지존'의 모습을 되찾았다.

LPGA 투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2008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 여자골프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신지애는 이후 거칠 것이 없이 승승장구했다.

2008년 비회원으로 3승을 거두고 2009년 LPGA 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한 신지애는 첫해부터 당시 '골프 여제'로 불린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항마로 자리를 잡았다.

2009년에도 3승을 보탠 신지애는 루키 시즌에 상금왕에 올랐고 신인왕, 다승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는 시즌 마지막 대회를 앞둔 시점까지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렸으나 마지막 대회 LPGA 투어챔피언십에서 역전을 허용해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는 데는 실패했다.

2010년에는 2승으로 승수가 줄었지만 메이저급 대회로 불리는 에비앙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그해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등 맹활약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신지애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11년이었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 도중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져야 했던 신지애는 한 번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윙 교정에 나섰던 신지애는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새 코치로부터 배운 스윙이 몸에 맞지 않아 허리에 무리가 왔다.

또 스윙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읽지 못했다"며 부진 원인을 짚었다.

또 상금과 세계 랭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이후 나타난 '목표 상실'도 경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부활을 다짐하고 맞은 2012시즌이었지만 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5월 손 부상 탓에 수술대에 오르느라 2개월을 허송세월했다.

2년 가까이 우승이 없는 신지애를 향해 '이제 벌써 한물간 것 아니냐'라는 비아냥거림이나 '정신력이 흐트러졌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때 1위에 올랐던 세계 랭킹은 10위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부상을 털고 돌아온 신지애가 예전 '골프 지존'의 모습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우승 소식이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까지 갖춘 신지애의 샷 감각은 마치 배고픈 맹수의 발톱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신지애는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폴라 크리머(미국)와 8차 연장을 치르고도 승부를 내지 못해 다음 날 9차 연장까지 벌여 기어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년10개월 만에 우승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신지애는 '1박2일' 연장전 탓에 예정보다 하루 늦게 영국에 도착하는 어려운 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주 연속 정상을 호령했다.

지난주 대회 마지막 날에는 26개 홀, 이번 대회에는 무려 36개 홀을 도는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절정에 오른 신지애에게는 오히려 다른 선수들과 타수를 벌릴 기회가 늘어난 의미일 뿐이었다.

공을 똑바로 치며 페어웨이를 놓치는 적이 거의 없다는 뜻에서 붙은 '초크 라인'이라는 별명도 되살아났다.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92.9%를 기록하는 등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진 강풍을 뚫고 코스 여기저기에 '초크 라인'을 수놓았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선두에 올라 시즌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 수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 2승과 함께 LPGA 투어 10승을 채운 신지애는 박세리(35·KDB금융그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투어에서 10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됐다.

신지애의 부활로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시스터스'에도 한층 힘이 더해졌다.

올해 네 차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나비스코 챔피언십 유선영, US여자오픈 최나연에 이어 이번 대회 신지애까지 3승을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다시 '우승컵 수집'을 시작한 신지애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이 신지애의 샷 하나하나에 쏠리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