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골프 배운 정희원, 첫 '메이저 퀸' 오르다
국내 여자프로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인 제34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정희원(21·핑)이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정희원은 16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있는 ‘한국의 페블비치’ 아일랜드CC(파72·672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1오버파 73타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2위 허윤경(22·현대스위스)을 6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했다.

정희원은 이번 우승으로 향후 5년간 전경기 출전권을 보장받았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은 프로 데뷔 이후 4년간 벌어들인 1억7000여만원과 맞먹는 액수다. 정희원은 시즌 상금 1억9835만원으로 상금랭킹 9위를 기록, 12위까지 주는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 출전권도 획득했다. 아울러 아일랜드리조트 내에 있는 교회에서 결혼할 수 있는 웨딩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정희원이 여기서 결혼할 경우 신라호텔 등 특급호텔 웨딩 전담팀이 예식을 진행하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 전원에게 음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등 시가로 1억원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7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정희원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했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4번홀(파5)에서 세 번째샷을 홀 50㎝ 옆에 붙여 버디를 잡으며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7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친 뒤 칩샷이 홀벽을 맞고 3m나 지나치면서 보기를 범해 전반을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12번홀(파3) 보기에 이어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이 그린 왼쪽 해저드 지역 내로 들어갔다. 플레이가 가능해 클럽을 지면에 대지 않은 채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린에 못 미쳤다. 간신히 ‘4온’을 한 뒤 1.5m 보기퍼트를 성공시키며 2위와의 간격을 6타차로 유지했다. 17번홀에서는 두 번째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으나 4m 파세이브 퍼팅을 집어넣었다. 18번홀에서 1.5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우승을 자축했다.

이 대회 직전까지 상금랭킹 35위에 머물렀던 정희원은 그동안 왜 우승을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그동안 퍼팅을 잘 못했다. 2개월 전 정광천 트레이너를 만난 뒤 몸의 밸런스를 찾아 팔 대신 몸으로 퍼팅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이후 퍼팅이 계속 나아졌고 이번 대회에서 완벽하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희원은 이번 대회 평균 퍼팅 수 28.5개로 1위에 올랐다. 2위 김혜윤, 김소영보다 매 라운드 평균 0.75타를 퍼팅에서 덜 쳤다.

정희원은 부친인 정영주 씨(52)가 전주기전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나 레슨비나 라운드를 대줄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다. 정희원은 “체계적인 레슨이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거의 혼자 골프를 쳤다. 프로가 된 뒤 아버지가 네가 번 돈은 모두 골프에 투자하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정광천 트레이너와 고덕호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도선수를 했던 초등학교 시절 팔씨름대회에서 남자들을 모두 누르고 1위를 한 적이 있다는 그는 “그동안 힘을 제대로 못 썼는데 앞으로 이를 익혀 거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에는 상금랭킹 5위에 든 뒤 미국과 일본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윤경은 마지막홀에서 1.8m 어려운 슬라이스 라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합계 3언더파로 2주 연속 준우승을 거뒀다.

미국 LPGA투어 출전권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12위까지 들었던 선수 가운데 12위권 밖으로 밀린 선수는 정혜진(25·우리투자증권). 정혜진은 상금랭킹 11위를 기록했으나 14위로 밀렸다.

아일랜드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