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그린 위로 붉은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해저드 위로는 하얀 물새가 가을바람을 맞으며 비행했다.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16일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를 찾은 가족 단위 갤러리들은 프로 골퍼들의 멋진 샷을 보며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8000여명 갤러리 몰려

수도권 지역에서 열린 메이저 골프대회답게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엔 휴일을 맞아 많은 갤러리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여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대부도는 드넓은 갯벌과 해안절벽 등 서해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휴일에 골프경기를 본 뒤 관광을 하기 위한 2~4명의 가족 단위 갤러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4라운드가 열린 이날 대회장 입구에서 계수기로 집계한 갤러리만 6800여명이 입장했다. 선수 가족과 친척, 팀과 스폰서 관계자, 골프장 VIP 등 집계되지 않은 갤러리까지 포함하면 8000여명이 이날 대회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3라운드가 열린 전날에도 5000여명이 아일랜드CC를 찾았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적당히 구름이 껴 갤러리들이 경기를 관람하기 좋은 날씨였다. 논과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주변은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겼다. 들녘은 누렇게 물들었고 잘 익은 포도 향이 코를 자극했다.

○가족 단위 갤러리에 외국인도

갤러리들은 역시 1위 정희원이 속한 챔피언조와 양수진, 허윤경 등이 포함된 바로 앞 조에 많이 몰렸다. 티오프에 앞서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갤러리들이 몰려 경기진행요원이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대폰 다 집어 넣어주세요”라고 연신 외쳐야 했다. 챔피언조엔 300~400여명의 갤러리가 몰렸고, 양수진조에도 300여명이 따라다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갤러리들은 점점 늘어 각각 100여명이 더 불어났다.

부부가 손잡고 다정하게 온 갤러리들도 많았다. 서울에서 온 조택희(57) 김숙자(54) 부부는 “올여름 바빠서 여름휴가도 못 갔는데 주말에 나와 가을바람 맞으니 기분 좋다”며 “경기가 끝나고 서해 낙조도 보고 조개구이도 먹으러 갈 예정”이라고 즐거워했다. 위종식 씨는 “수도권에서 열리는 골프대회는 자주 다니는데 어린 아들과 함께 왔다”며 “TV로 볼 때는 스윙이 빠른데 현장에서 직접 보니 정확성을 높이려는 듯 생각보다 여유롭게 치더라”고 말했다.

외국인 갤러리도 눈에 띄었다. 호주 캔버라에서 온 마이클 크레이그 씨와 조병희 씨 부부는 한국의 여동생과 조카들까지 모두 6명이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호주 정부 산하 지질학연구소에서 일하는 크레이그 씨는 “한국 여자 골퍼들의 멋진 샷이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대부도의 자연 환경이 흥미롭다”며 “주변 갯벌과 간척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즈존 인기

대회장 한켠에 마련된 키즈존은 골프장에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의 천국이었다. 슈퍼마리오 등을 형상화한 에어바운스에는 2~5세 어린이 50여명이 통통 뛰며 환호성을 질렀고 엄마는 이 모습을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옆에 세워진 대형 미끄럼틀엔 5~7세 아이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내려오면서 신나 소리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편을 따라 아들, 딸을 데리고 골프장을 찾은 남민희 씨는 “푸른 그린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며 “골프를 모르는 아이들이 지루해하며 걱정했는데 키즈존에서 더 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CC=서기열/박한신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