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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국가대표 미녀선수’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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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에 골프 국가대표 선수였던 오빠의 시합장을 찾았던 여민선 프로는 골프에 매료돼 골프를 시작했다.

뭐든 시작했다하면 적당히는 할 수 없는 성격탓에 19세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최연소 정회원이 된다.

'골프 신동'이란 유명세를 떨치다 미국 골프 명문대인 PGCC로 유학을 떠난 여민선 프로.

당시 미 진출을 반대하던 아버지 탓에 큰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단돈 3천불을 가지고 시작해 20년을 버티는 동안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내내 티칭 프로로 일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는 "미국에 진출후 한국에서처럼 최고 기량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한번 출전에 10만 달러가량 비용이 드는 LPGA 경기를 계속해 나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고 쫓기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어느 정도 이상 레벨에 올라가면 선수들 기량은 다들 비슷한 수준이라 스폰서가 있느냐 없느냐가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한다.

메인코치, 피지컬 트레이너, 로드매니저, 캐디, 스폰서가 모든것을 관리해주는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1년에 1억씩 까먹었던 여민선 프로는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비행기값을 아끼기 위해 야간에 차를 직접 운전하며 투어 일정을 소화한 적도 있었다.

미국에서 각종 방송에 출연해 레슨을 하고 컬럼도 쓰면서 바쁘게 지냈던 여 프로는 딱 20년만인 2010년 미국 집을 정리하고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골프 레슨을 하면서 골프 방송 관련일을 해보고 싶어 방송사를 찾았으나 그에게 돌아온 말은 '예쁘지 않고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대단한 백그라운드가 있거나 젊고 늘씬하고 예뻐야 하더라구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격이라 요즘은 복싱과 요리등 다양한 취미활동에 푹 빠져 있어요"

지난해에는 나이 마흔 여자 몸매도 이정도일수 있단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윙머신 여민선 골퍼의 몸 만들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포토샵 없이도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골퍼들의 찬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운동선수들은 선수로서 생명이 끝나면 운동외에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몰라 좌절에 빠지기 쉬워요. 전 자립심이 강하고 미국에서 인생의 바닥을 경험했다고 할만큼 여러 고생을 겪어봤기 때문에 작은일에도 감사하는 편이에요. 지인중 한명이 자기는 애 둘을 키우면서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하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전 어제 골프레슨 끝나고 먹었던 5천원짜리 냉모밀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서 행복했었거든요. 매일 기쁜일만 생각하며 즐겁게 살려고 해요"

한국에서의 수입이 비록 미국에서의1/5 수준이지만 만족도는 더 높다고 밝혔다.

오전에 골프 레슨을 마친뒤 자전거로 복싱장에서 신나게 땀을 흘리고 저녁이면 남편이 운영하는 신천동 와인바(옐로우 트리 커피&와인)를 찾아 요리 실력을 뽐낸다.

미국에서도 배추김치, 동치미, 깍두기, 부추김치, 오이김치 5가지를 직접 담가먹을 정도로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는 미국에서 스시요리전문학교를 마친 전문가다.

아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1등을 하다 결국 실수로 떨어졌던 경기. 그때 내 마음을 달래줬던 미트소스 스파게티 등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18가지 요리를 담은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노후 준비는 LPGA에서 뛸 당시 받은 상금으로 들어둔 적금 덕분에 걱정이 없다. 은퇴 뒤를 대비해 10년후 15년후 20년후 받을 수 있도록 묻어놓은 덕분이다. 풍족하진 않지만 현재 버는 돈을 자신을 위해 재투자할 만큼은 된다.

멀지않은 미래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퓨전식당을 차릴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는 여민선 프로.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모습은 마치 전천후 수퍼우먼 한명을 만난 느낌이었다.

여민선 프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전 집은 따뜻하고 물 잘나오면 되고 차는 편하게 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기만 하면 돼요. 호텔서 만나기로 한 친정엄마가 자전거타고 티셔츠에 베낭차림으로 온 제가 부끄럽다고 하신적이 있는데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뭐가 중요하죠? 전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라며 씩씩하게 복싱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