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0개와 종합 10위라는 목표를 넘어 금 11개(7일 오전 기준)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이들 종목과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화, 연간 7억원+알파 ‘통큰’ 지원

메달의 질로 보자면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통큰’ 지원이 가장 돋보인다. 사격 선수단은 진종오(KT)가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정상에 오르며 2관왕을 달성한 것을 포함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사격 종목 참가국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 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이 실업팀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자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하며 사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 6월부터 김정 한화그룹 고문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80여억원(연간 7억원 이상)의 사격발전 기금을 지원해 왔다. 이 같은 적극적인 후원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격의 선전으로 이어진 것.

사격팀을 운영하고 있는 KT도 자사 직원인 진종오의 활약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총기 회사 스테이어 스포츠를 통해 진종오 선수만을 위한 한정판 권총을 만들어 줬다.

◆SK, 펜싱 사상 최고 성적

펜싱, 수영 등 비인기 종목에 후원을 집중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동안의 투자가 ‘메달’이란 결실로 연결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의 SK텔레콤은 펜싱 국제화를 지원하고 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09년 대한펜싱협회장에 오른 뒤 연간 3억5000만원 정도였던 협회 지원금을 12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2억원을 들여 노후 장비도 교체했다.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연간 지원금이 2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는 유럽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펜싱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라는 사상 최고 성적으로 돌아왔다.

SK텔레콤은 올림픽 기초 종목이면서도 메달이 없었던 수영을 키우기 위해 2008년 말 박태환 전담팀을 만들었다. 연간 15억~20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없었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의 금메달은 불가능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은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선전하며 값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현대차, 양궁 세계 최강 지원군

전통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인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데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현대차는 1985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에 300억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연간 9억원 이상이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은 최근 선수단 훈련에 활용하라며 뉴 아이패드를 지급했고, 지난 6월 선수단의 한라산 등반 극기훈련도 동행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같은 스킨십은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성과로 나타났다.

포스코건설도 양학선이 남자 체조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데 큰 힘이 됐다. 1985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대한체조협회장을 맡은 이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27년간 약 130억원을 지원해 왔다. 1995년부터 포스코건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연간 7억원으로 후원금을 증액했다. 대한체조협회장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체조인의 밤’ 축사에서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체조 금메달리스트에게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종 한양대 체육대학장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포츠에 투자한 기업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종목별로 저변을 확대하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며 “그래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