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올림픽 양궁장 지켜온 테크미초프 씨

"텐! 나인! 데코! 옥토! 십점! 구점!…십점 구점 사이인데 아마도 구점일 것 같네요."

양궁 국제대회에서 20년 넘게 선수, 지도자, 관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있다.

그 목소리를 모르면 '간첩'이다.

양궁장 장내 아나운서를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올해 런던올림픽까지 도맡은 조지 테크미초프 씨다.

그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양궁연맹(FITA) 세계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한 해에 네 차례씩 열리는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돌며 마이크를 독점하고 있다.

간단한 점수 정도는 한국말로 정확히 발음할 수도 있다.

울산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의 장내 아나운서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30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미국 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두 차례나 출전할 정도의 기량도 갖춘 엘리트 선수였다.

선수와 관중의 심리를 빨리 정확하게 읽고 기술과 경기장 환경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까닭에 그의 장내 해설은 건조하면서도 깊다.

"나인! 그러나 8점 같은데..."
단순히 점수를 확인해주는 그의 억양에서도 관중은 화살을 쏜 선수의 심리 상태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집중력이 강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조차 그의 억양 변화에 휘둘리는 때도 있는 모양이다.

과거에 국내의 한 감독은 월드컵 경기에서 미국에 참패하고 돌아와 "그 양반이 완전히 '친미파'라서 우리 선수들이 주눅이 들었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물론 테크미초프는 이런 편파해설 의혹에 대해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모두 내 친구인데 내가 누구 편을 들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웃어 넘긴다.

테크미초프 씨는 2일(현지시간) 기보배(광주광역시청)의 런던올림픽 여자 개인전 결승 때도 화살 하나하나에 관중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는 "누구든지 역경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딸 때는 항상 감동적"이라며 "일생의 목표를 이룬 선수들의 감정에 동화하는 것은 나에게 항상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테크미초프 씨는 한국 양궁의 예찬론자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궁사들은 양궁이라는 종목의 모범"이라며 "국가는 달라도 모두가 한국 궁사들과 그들이 쏟은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양궁이 소중한 종목으로 인식되고 선수들이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에 양궁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는 말도 이어졌다.

테크미초프 씨는 "한국 선수들에게 내가 정말 고마운 것은 그들이 우리 종목의 이미지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옷차림, 품행, 경기, 승리 축하 같은 모든 것들이 한국 궁사들은 세계 최고이고 모범이며 다른 선수들의 지향점이 된다"고 덧붙였다.

테크미초프 씨는 현재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양궁 장비를 생산하는 '이스턴'이라는 회사의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스턴에서 만든 화살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런던=연합뉴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