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노메달

특별취재단 = 한국 남자 유도 대표팀의 '맏형' 황희태(34·수원시청)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아쉽게 끝이 났다.

황희태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유도 10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헨크 그롤(네덜란드)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16강전 도중 다친 이마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리는 상황에서도 황희태는 동메달 결정전까지 4경기에서 그야말로 '핏빛 투혼'을 보여줬지만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다.

황희태는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이다.

전날 남자 유도 90㎏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송대남(남양주시청)은 34살.
송대남을 두고 유도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 믿을 수 없는 금메달을 따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황희태는 그보다 한 살 더 많다.

송대남과 마찬가지로 황희태에게도 2012 런던올림픽은 현역 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마지막이기에 노메달의 아쉬움도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동메달 결정전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황희태는 '잘 싸웠다'는 기자들의 격려에 "잘 싸웠다고 말해주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끝이라는 건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면서 "우선 메달을 못 따서 많이 아쉽다.

그리고 관중의 환호성도 무대에 오를 때의 긴장감도 끝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아쉽다"고 털어놨다.

'대진운이 나빴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진운이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기술이 부족했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시인했다.

황희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90㎏급,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100㎏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두 체급을 석권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빛나는 별이었지만 올림픽과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황희태는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패해 5위에 그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와신상담하며 8년 만에 다시 찾은 올림픽 무대에서 또다시 준결승에서 몽골의 투브신바야르 나이단(세계 7위)을 넘어서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황희태는 "준결승에서 나이단이 다리가 불편한 것 같아서 다리 기술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되치기를 내줬다"면서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무리하게 넘기려고 했던 게 후회스럽다.

욕심을 부렸던 게 패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대회 때는 젊은 나이였고 다음 올림픽에서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한 것 같다"면서 "마지막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아쉬웠다.

더 간절하게 훈련했으면 했지 게을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메달을 따기 위해 훈련도 열심히 했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하느님께서 메달을 허락하지 않네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황희태는 '붕대 투혼'에 대해서는 "세바늘 꿰맬 정도의 경미한 부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운동한다고 집에도 못 갔는데, 이제는 한국 가서 아내에게 못했던 것들 조금이나마 잘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에겐 떠나는 무대였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는 한국 유도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내일 남자 유도 100㎏ 이상급에서 김성민이 출전하는데, 메달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기량이 좋은 헤비급 선수"라며 김성민 출전 경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나이도 많아서 이제는 국제대회는 어렵고 국내전 하면서 앞으로 진로를 알아보려고 한다"면서 "진 선수를 인터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런던=연합뉴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