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女오픈 우승 최나연 귀국…"20년 전 제작한 퍼터 덕 톡톡히 봤어요"
“모든 우승은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보니 느끼는 영광이나 감동, 행복감이 두 배로 다가오더라고요.”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최나연(24)이 1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었다. 해군 홍보대사를 맡은 덕에 흰 제복을 입은 해군 장병의 축하도 받았고 최나연을 알아보는 팬들의 찬사와 격려가 쏟아졌다. 최나연은 공항을 나와 인근 스카이72CC 바다코스 클럽하우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승컵을 옆에 놓은 최나연은 장시간 여행으로 인한 피곤한 기색 없이 밝고 환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어떤 물음에도 막힘없이 답하는 그의 모습은 ‘기자회견의 달인’이라 칭할 만했다.

최나연은 이번 우승에 대해 “14년 전 박세리 언니가 우승한 곳이어서 그런지 어렸을 때 90, 100타 치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당시 세리 언니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꿈, 초심이 새록새록 기억났어요. 매 홀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도 새삼 느꼈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우승 비결로 오래된 퍼터를 꼽았다. “20년 전에 제작한 ‘바비 그레이스’라는 퍼터를 케빈 스멜츠 코치가 구해다 줬는데 이번에 그 퍼터 덕을 톡톡히 봤어요.”

최나연은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 골프 국가대표로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 부담이 많이 되지만 국가 대항전에서 결과가 좋으면 기쁨이 몇 배가 돼요. 국민들의 응원을 받고 메달을 땄으면 좋겠어요.” 올림픽에 함께 나가고 싶은 선수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플레이해온 (신)지애나 (김)인경이는 서로 게임 방식을 잘 알아요. 또래 친구들끼리 같이 나가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최나연은 에비앙 마스터스를 마치고 휴가를 겸해 런던에서 올림픽을 관람할 계획이다. “여자 배구 대표선수인 김연경이 친구인데 표 2장을 구해준다고 했어요. 청야니도 온다기에 거기서 보자고 했지요.”

해저드에 빠진 뒤 다시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친 10번홀 상황에 대해 “내 거리는 분명히 해저드 경계선을 넘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도 입증해줄 사람이 없었다”며 “우승한 뒤 경기위원이 다가와 ‘우리들의 말만 믿고 최후로 넘어간 지점 옆에서 드롭하고 치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잘 극복했다고 축하해줬다”고 설명했다. 최나연은 “트리플보기를 한 뒤 11번홀로 이동하면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먹다 남은 물병에 담아 숲속에 던져 버렸어요”라고 말했다. 캐디를 셰인 조엘로 바꾼 것은 “3년간 같이 했더니 서로 너무 편해져 솔직한 감정표현으로 자주 다투는 일이 많아졌어요. 뭔가 신선한 게 필요해서 바꾸게 됐죠. 지금 캐디는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그린 라인을 잘봐요. 95%는 캐디 말을 믿고 쳤어요”라고 했다.

14년 뒤 ‘세리 키즈’처럼 ‘나연 키즈’가 나오겠느냐고 했더니 “아직 올해의 선수나 랭킹 1위,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지 못해 갈길이 멀지만 10, 20년 뒤에 그런 선수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대원외고 후배인 ‘프로잡는 아마추어’ 김효주(17)도 잘 안다고 했다. “지난해 대만에서 연습라운드를 같이 했는데 거리도 많이 나고 잘하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소심해 보이지만 플레이는 대범해요.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이번에도 우승 축하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저도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스카이72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