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키즈' 대표 주자..한국선수 100번째 LPGA 대회 우승컵 주인공

최나연(25·SK텔레콤)이 9일 박세리(35·KDB금융그룹)의 영광을 14년 만에 재현하면서 한국 여자골프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해 제67회 US여자오픈골프 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6천954야드)은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곳이다.

14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나연은 3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선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아 블랙울프런 골프장과 '코리안 낭자 군단'의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14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박세리는 4라운드 72개 홀을 마치고 나서도 연장 20개 홀을 돌고 난 끝에 힘겹게 우승을 차지했고, 최나연은 3라운드에서 이미 2위에 6타나 앞서며 비교적 여유 있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는 것 정도다.

최나연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내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선수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유망주로 주목받은 최나연은 2004년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화제를 뿌렸다.

2005년 프로 전향 이후 국내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2007년 L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2008년 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신지애, 송보배, 박희영, 안선주, 이선화 등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현재 맹활약하는 선수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최나연은 동기들보다 우승 소식을 늦게 전했다.

리더보드 상위권에 거의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으로 가는 한 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사까지 고용해 우승으로 가는 길을 닦으려고 애쓴 끝에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빛을 봤다.

LPGA 투어 55개 대회 출전만의 첫 승의 벽을 넘어선 최나연은 이후 빠른 속도로 투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같은 해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0년 같은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2010년 LPGA 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 부문 1위를 휩쓴 최나연은 지난해 10월 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여자 골프사에 길이 남을 값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한국(계) 선수가 LPGA 대회에서 수집한 100번째 우승컵이었다.

1998년 박세리의 '맨발 투혼'에서 영향을 받아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 격인 최나연은 그동안 갈구하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14년 전의 역사적 장소에서 이뤄내면서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서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