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2)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가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을 노리는 축구 국가대표팀에 어떤 변화를 줄지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확정했다.

최 감독은 올해 K리그에서 '닥공 축구'로 불리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앞세워 전북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절정의 지도력을 과시했다.

전북은 올해 정규리그(30경기)와 챔피언결정전(2경기)을 합쳐 71골(34실점)을 기록, 경기당 평균 2.21골이라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반면 실점은 경기당 평균 1.06골에 그쳐 공수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 사유로 내세운 저조한 경기력과 득점력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선 최 감독이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 대표팀과 클럽팀 사령탑이 처한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최 감독이 그간 보여준 지도력이라면 대표팀도 잘 이끌 것으로 축구협회 기술위는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도처에 널려 있다.

클럽팀은 지도자가 1년 내내 선수들을 조련하면서 조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만, 대표팀은 한정된 소집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특히 2014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성패를 가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최 감독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축구협회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불러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프로구단에서 이 요청에 협조하면 2주의 훈련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축인 해외파 선수들의 조기소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여서 최 감독이 어떤 카드로 위기를 돌파해 나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 내년 2월 중순에는 대부분 K리그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에 나서는 시기여서 국내파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해외파 선수 가운데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경고누적으로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 나설 수 없는 등 악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 감독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기대는 이런 악재를 덮을 만큼 큰 게 사실이다.

최 감독은 올해 K리그에서 치른 32경기에서 고작 3패를 기록할 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적임자로 최 감독을 꼽는 이유다.

최 감독은 점진적으로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대표팀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내년 2월29일 예정된 쿠웨이트 전에서 전술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대표팀의 주장인 박주영(아스널)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톱 스트라이커 요원으로 계속 기용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컵 3차 예선 5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는 맹활약을 펼친 박주영은 지난 8월 아스널 입단 이후 정규리그 경기에 한 번도 발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K리그에서 전북 우승의 핵심 요원으로 뛴 공격수 이동국의 활용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동국은 올해 K리그에서 16골-15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득점 2위와 도움왕을 따냈다.

'전방에서 움직임이 부족하고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선수'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강희호'에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동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 때 '조광래호'에 승선했지만 경기 후반에 잠깐 투입돼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주전으로 쓰지 않을 것이라면 이동국을 대표팀에 뽑지 않는 게 나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아쉬워했다.

이런 배경에서 최 감독이 신뢰하는 이동국이 쿠웨이트 격파의 주축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해외파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미드필더 김정우(성남) 등이 최강희호에서 '닥공 축구'의 선봉에 서라는 새 임무를 받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