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號)가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인 레바논전(2일 오후 8시·고양종합운동장)을 앞두고 박주영을 왼쪽 날개로 가동하는 '박주영 시프트'를 가동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표팀 은퇴에 따른 왼쪽 측면 공백도 메우고 이적 문제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 박주영의 부담도 덜어주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감독은 지난달 31일 대표팀 훈련에서 지동원(선덜랜드)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좌·우 날개에 박주영과 남태희(발랑시엔)를 배치하는 공격진 실험에 나섰다.

박주영은 지난해 7월 조광래호 발진 이후 '붙박이' 원톱 공격수를 맡아 공격의 선봉을 이끌어왔다.

특히 박주영은 조광래호 출범 초기에 왼쪽 측면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볼턴)과 '삼각편대'를 구성해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이청용마저 정강이뼈가 부러지면서 대표팀의 공격 '삼각편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좌·우 날개를 한꺼번에 잃은 대표팀은 여러 실험을 통해 빈자리 메우기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한·일전에서는 이적 때문에 실전 훈련을 제대로 못 한 박주영이 원톱으로 나섰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른쪽 날개로 투입된 구자철(볼프스부르크)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0-3 완패의 수모를 당했다.

이에 따라 조 감독은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박주영의 포지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 2개월여 동안 새로운 이적처를 찾느라 개인훈련만 했던 박주영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첫째 과제였다.

다행히 박주영이 레바논전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 유니폼을 입게 돼 정신적으로 여유를 찾게 된 게 다행이다.

조 감독은 이에 따라 박주영의 컨디션을 고려해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원톱 공격수 자리를 최근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경기력과 정신력이 절정에 있는 지동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는 왼쪽 측면 날개로 뛰었고, 대표팀에서도 그동안 최전방과 좌·우를 오가는 '스위칭 플레이'에 익숙한 터라 코칭스태프는 과감하게 박주영을 왼쪽 측면으로 돌리는 '박주영 시프트'를 단행하게 됐다.

특히 주장인 박주영이 한·일전 때처럼 최전방에서 부진할 때 나머지 선수에게 미칠 분위기 저하의 파급 효과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박주영의 컨디션을 볼 때 원톱 스트라이커보다는 측면 요원이 더 나을 것 같다"며 "지동원의 몸 상태가 좋아 최전방에서 활약을 펼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