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배경을 얘기할 때는 물밑에서 뛰어온 기업인들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대기업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은 주요 경기단체장을 맡아 국내 스포츠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평창 유치 일등 공신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필두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체육회(KOC) 회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은 이번 유치의 일등 공신이다.

이 회장의 활동은 가장 돋보였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일군 표밭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6년 IOC 위원에 선임된 후 영향력을 키워온 이 회장은 동료 위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해외 출장을 거듭했다. 작년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부터 이번 남아공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반 동안 170일을 해외에 체류하며 110명의 IOC 위원 대부분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평창 유치가 결정되자 이 회장은 눈물을 보였다.

2009년 9월부터 유치위를 이끌어온 조 회장의 역할도 컸다. 국내에서 안살림을 꼼꼼히 챙기면서도 각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조 회장은 "유치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대략 지구를 13바퀴쯤 돈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그는 밴쿠버동계올림픽,로잔 테크니컬 브리핑,런던 스포츠어코드 등 IOC 위원들이 모이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행사 때마다 달려가 지원을 요청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개인 과외'까지 받기도 했다.

한때 IOC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 회장도 각국 IOC 위원들과의 친분을 활용하며 유치활동에 적극 나섰다. 평창 유치를 위한 해외출장 때면 비용을 KOC 예산이 아닌 사비로 지출했고 부족한 KOC 유치활동비를 개인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치위원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꾸준히 힘을 보탰다.

◆경기단체 이끄는 기업인들

대한체육회 밑에는 50개 이상의 경기단체들이 소속돼 있으며,상당수 단체장은 기업인들이 맡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단체장을 맡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약 430억원을 투입, 국내 첫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짓는 등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대한탁구협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이다. 본인 스스로가 자전거 마니아로,틈날 때마다 산악사이클을 즐기며 직접 사이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대한 아이스하키협회 부회장으로,조동길 한솔그룹회장은 테니스협회장으로 각각 국내 저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1985년 양궁협회 2대 회장에 오른 후 1997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끊임없는 양궁 사랑을 보여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명예회장으로 올라 있다. 이 회장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간 레슬링협회장을 맡아 왔다.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난 뒤 명예회장으로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전문경영인들도 많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대한펜싱협회장,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대한조정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은 대한체조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9년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에 선임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스포츠와 인연이 많다. 2004년부터 울산 현대축구단 단장으로 재직했으며 2009년에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실업축구 현대미포조선,현대코끼리 씨름단을 통합 운영하는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김정 한화갤러리아 상근고문,오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각각 한국사격연맹과 대한육상연맹 회장으로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