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좀이 쑤신다. 이 호기를 매출 증대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은 기업들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오륜마크를 회사에 달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다우케미컬,P&G를 공식 후원 기업으로 선정했다. 코닥,레노보,존슨&존슨이 떠난 3개 자리에 2개 기업을 채웠고 올해 안에 1개 기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우케미컬은 자사 제품에 오륜마크를 다는 조건으로 향후 10년간 1억4000만~1억7000만달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려면 4년 주기로 업체당 1억달러가량 든다. IOC는 최소한 8년 계약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공식 후원사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꾸준히 IOC와 접촉하면서 올림픽 정신에 기여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우케미컬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부터 IOC에 공을 들여왔다.

'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3~4년간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스포츠에서 기업들의 스폰서십 활동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4.6%의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스폰서십보다 더 강렬한 광고가 없다고 말한다. 노옴 오라일리 오타와대 스포츠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스폰서십은 브랜드 제고에 최적의 수단이다.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특히 기업이 공략하고 싶은 타깃 시장을 뒤흔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스포츠비즈니스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말했다.

광고업계에서 광고가 낫냐,스폰서십이 낫냐는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스폰서십에 기업들이 더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폰서십에다 광고를 더하는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릭 버튼 시라큐스대 스포츠 매니지먼트학과 교수는 "광고는 1차원적이고 일방적이다. 하지만 스폰서십은 자산이 되고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팬들은 후원사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팀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여 쉽게 충성 고객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기업을 자신이 선호하는 팀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광고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그래서 스폰서십은 광고의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부른다. 스폰서십이 스포츠를 통해 재미와 친숙함을 주는 것도 이점이다.

P&G는 밴쿠버올림픽에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상당한 재미를 보면서 IOC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했고 공식 후원사로 합류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는 벌써 러시아 기업들로부터 10억달러(1조570억원)의 후원금을 끌어모았다. 휴대폰 사업자인 메가폰(2억6000만달러),전화사업자 로스텔레콤(2억6000만달러),항공사 아에로플로트(1억8000만달러),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즈네프트(1억8000만달러)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1억달러) 등과 각각 5년 계약을 맺었다.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최근 광업회사 리오틴토를 40번째 지역 스폰서로 선정했다. 직전 대회인 캐나다 밴쿠버올림픽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탓에 기업들의 스폰서십 활동이 위축되면서 총 7억5000만캐나다달러(8274억원)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