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 고백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도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들은 진정성을 담은 이야기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김연아는 7일 새벽(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고 난 뒤 눈시울을 붉힌 채 "그동안 경기에 나갔을 땐 안 돼도 그만,되면 좋고라는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며 "실수하면 큰일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국가적인 대사를 앞두고 몰려드는 압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매스컴 앞에서는 웃고 있어도 웃는 것이 아니었다.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연아는 "이번 발표를 위해 시합을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조금 떨리네요"라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김연아는 역시 '선수'였다. 떨린다고 했지만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자 미소를 가득 안고 동계올림픽을 향한 자신의 꿈을 유창한 영어로 풀어냈다. 그는 "10년 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저는 서울의 아이스링크 위에서 저만의 올림픽 드림을 꿈꾸는 작은 소녀였다"며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자신의 존재로 증명해 보였다. 김연아가 "제가 'IOC 위원 여러분께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른 이들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란 말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할 때 IOC 위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창 대표단 가운데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토비 도슨도 IOC 위원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겨울 스포츠에 몰입하면서 입양아로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경험을 먼저 소개했다. 이후 "어렸을 때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올림픽 선수가 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에서 선수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적인 것들이 저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도전을 진두지휘했던 김진선 특임대사도 실패했던 도전기를 얘기하며 IOC 위원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김 대사는 "지난 10년간 두 번의 도전에서 우리는 그 꿈을 거의 실현할 뻔했습니다"며 "큰 실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어났고 다시 도전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눈가를 닦는 모습도 보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