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Story…동계올림픽 유치 막전막후

IOC 내 영향력 막강…한국 유치전략 너무 잘알아

"이건희 회장 득표활동을 기업 개입으로 몰아가면 평창에 치명타 될 수도"

최후 프레젠터 원래 김연아
"휴먼스토리로 심금 울리자"…막판에 토비 도슨으로 교체
독일 뮌헨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강원 평창이 마지막까지 두려워한 것은 뮌헨유치위원회를 이끈 독일의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도,축구 영웅 베켄바워도 아니었다. 유력한 차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 겸 수석부위원장(58)이었다. 그는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평창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지였다.

이번 유치전에서 바흐 위원은 평창과 맞서 싸우는 상대편 장수가 됐다. 득표력은 차치하고,그는 이건희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평창의 득표 전략을 잘 아는 무서운 적이었다.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바흐

바흐 위원이 막강한 IOC 내 영향력을 토대로 삼성의 직 · 간접적인 유치전 개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경우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IOC 윤리 문제로 비화돼 유치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었다. 이 회장조차도 IOC 위원 자격이 아닌 삼성 회장 타이틀로 다른 IOC 위원들을 만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곧잘 해외출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도 이 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더반에 왔지만 언론에 언급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바흐 위원 때문에 속앓이를 한 것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뮌헨 승리를 위해 차기 IOC 위원장 출마를 포기할 경우 주사위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었다. 평창유치위와 삼성 관계자는 "우리의 노력이나 열망과는 무관하게 바흐 위원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의 키를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승부 가른 아시아 IOC 위원 회동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IOC 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5일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IOC 위원들이 한 호텔로 속속 모였다. 의례적인 만남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평창은 확실한 승리 기반을 다졌다. 유치위 관계자는 "아시아 IOC 위원들이 강원 평창을 지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모임이 됐다"며 "평창이 63표를 얻어 뮌헨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것은 아시아 위원들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라고 들려줬다. 이명박 대통령도 평창 유치가 확정된 후 뒤풀이 자리에서 "이전과 달리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평창을 지지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전 지사가 PT한 까닭

프레젠테이션에 얽힌 뒷얘기도 많다. 평창유치위는 진작부터 감동을 주는 휴먼스토리 중심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이전의 실패를 교훈삼아 젊은 발표자를 늘리기로 했고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IOC 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8명의 프레젠터로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마지막 프레젠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마지막 프레젠터를 처음엔 김연아 선수에게 맡겼다가 두 달 전 토비 도슨으로 바꿨다. 그의 휴먼스토리가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원래 발표자로 나설 계획이었지만 김진선 유치위 특임대사(전 강원지사)로 교체했다. '지사가 자주 바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특임대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두 번의 실패를 맛 봤고 다시 이 자리에 섰다. 이게 나의 운명인 것 같다"며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해 IOC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더반(남아공)=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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