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이 1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승부조작에 관여한 10명의 K리그 선수들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상벌위의 결정으로 이들 10명은 선수 자격이 영원히 박탈되고 축구 관련 직무에 오를 자격 역시 영구히 잃게 돼 아예 축구판에 발을 못 붙이게 됐다.

비록 K리그는 아니지만 이미 2008년에도 프로연맹의 상급 단체인 대한축구협회가 아마추어 리그인 챌린저스(옛 K3)리그에서 승부조작을 주도했던 1명을 제명한 적이 있다.

가담 정도가 미미한 12명은 출전정지 1∼5년의 중징계를 받았었다.

해외 프로스포츠에서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가차없이 철퇴를 맞았다.

30여 년 전 승부조작 사태로 휘청거렸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는 구단이 아닌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번 K리그 승부조작 사건과 가장 유사하다.

1979-1980시즌 세리에A는 선수와 구단 임원들이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쑥대밭이 됐다.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이탈리아 축구 영웅 파울로 로시(55)은 영구 제명을 피했으나 출전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였던 로시에게 2년간의 출전 정지는 큰 타격이었다.

반면 2006년 불거진 세리에A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가 아닌 구단 간의 짬짜미로 밝혀져 선수에 대한 개별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AC밀란처럼 2부리그로 강등된 선수들은 당시 이적료 삭감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프로축구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에서도 '뒷거래'를 하다 적발돼 아예 영구 제명당한 선수들이 허다하다.

1919년 미국프로야구(MLB) 월드 시리즈에서 일어난 블랙삭스 사건(Black Sox Scandal)이 대표적이다.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일부러 져 줬다는 의혹에 연루된 사건이었다.

법정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들 선수 8명은 영구 제명이라는 철퇴를 맞고 영원히 야구판을 떠나야 했다.

1960년대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투수 이케나가 마사아키 또한 승부조작에 관여했다가 신세를 망친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1969년 일본 프로야구를 뒤집어 놓았던 '검은 안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이듬해 바로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300승까지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던 강견 투수 마사아키는 이후 쓸쓸히 야구계를 떠나 술집을 운영했고, 35년 만인 2005년이 돼서야 복권됐다.

1997년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난 대만 프로야구는 2005년과 2008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 발칵 뒤집혔다.

2008년 당시 승부조작에 관여한 디미디어 티렉스 구단은 연맹에서 아예 제명됐고, 중신 웨일스는 2008시즌 종료 후 팀 해산을 선언했다.

2009시즌에는 슝디 엘리펀츠와 라뉴 베어스의 선수들 상당수가 승부조작으로 뒷돈을 챙기려다 발각돼 역시 영구 제명됐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