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돌풍' 리나(세계랭킹 7위 중국)가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1천752만유로) 여자단식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로 처음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리나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에서 열린 대회 14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세계랭킹 5위 이탈리아)를 2-0(6-4 7-6 < 0 > )으로 완파했다.

우승컵과 함께 상금 120만유로를 거머쥔 리나는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미국.39)이 17세이던 1989년 역대 최연소로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적이 있지만 아시아 국가 출신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리나가 처음이다.

리나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아시아 최초로 결승에 진출해 킴 클리스터스(2위 벨기에)에 패해 준우승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로는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는 1라운드와 16강에서만 1세트씩 내줬을 뿐 무실세트 승리를 이어오며 멋지게 부활에 성공하며 생애 다섯번째 투어 타이틀이자 첫 메이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리나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였던 마리아 샤라포바(8위 러시아)를 준결승에서 2-0으로 돌려세운 상승세를 결승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다.

1세트 게임스코어 2-2에서 코트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히는 포어핸드 크로스로 스키아보네의 서비스게임을 빼앗고 서브에이스를 꽂아넣어 1세트를 여유 있게 가져왔다.

리나는 2세트에도 포어핸드에 힘을 실어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3-1로 앞서나갔지만, 지난해 우승자 스키아보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서른한 살 노장 스키아보네는 장기인 톱스핀과 슬라이스로 노련하게 리나의 리턴 실수를 유도해가며 상대 서브게임을 연달아 빼앗아 6-5로 앞서 승부를 거의 원점으로 돌리는 듯했다.

리나는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경험을 쌓은 스물아홉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가며 6-6으로 따라붙어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몰고 갔다.

그다음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스키아보네의 발리에 악착같이 따라붙어 점수를 쌓은 리나는 각도 깊은 포어핸드로 상대를 코트 양옆으로 몰아붙이고 허를 찌르는 백핸드 드라이브 발리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날카롭게 허를 찔러 들어오는 리나의 공격에 스키아보네의 백핸드 리턴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타이브레이크는 7-0으로 마무리됐고, 1시간48분 만에 승리를 매듭지은 리나는 그대로 붉은 클레이코트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리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속으로 많이 떨렸지만 상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호주오픈 때는 경험이 없었지만 이번은 두 번째 메이저 결승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았고 이길 자신도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스키아보네는 2세트 막판과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 연이어 리턴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대회 2연패 기회를 날렸다.

게임스코어 6-5로 리드하던 2세트 막판 자신의 세트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리나의 백핸드 샷이 인으로 판정되자 심판에 항의하다 경기 흐름을 잃었고, 그 이후 한차례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스키아보네는 "힘든 경기였다. 올 시즌 크게 발전한 리나에 베이스라인 플레이에서부터 밀렸다"며 "테니스에서는 한 사람은 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겨야 한다. 리나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축하를 보냈다.

한편 이어진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막스 미르니(벨라루스)-대니얼 네스터(캐나다) 조가 에두아르도 슈방크(아르헨티나)-후안 세바스티안 카발(콜롬비아) 조를 2-1(7-6 < 3 > 3-6 6-4)로 물리치고 처음으로 메이저 복식 정상에 올랐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